찬란한 여름~~근심없던 시절
이경옥
2008.07.05
조회 30
민둥산 하나 없는 여름들판은 푸으름으로 가득차 있었답니다. 신작로 양 옆에는 하늘하늘 갸녀린 몸을 살랑대는 바람결에 맡기운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고...지금 기억해 보면 작열하는 태양이 쏟아내는 금색 태양 빛과 논에서 한창 자라나는 모에서 풍겨나오는 파릇한 향기뿐이었던것 같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뭔가 새로울게 있을거라는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고 3학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피서나 휴가가 없이 농삿일에 바삐 사신 부모님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죠.
70년대 여름~~~ 그 때는 간헐적인 소나기가 참 많이도 왔던것 같습니다.
스레트 지붕에 후두둑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와 그 빗물을 받아 빨래도 하고 농사용품을 닦으려구 모아놓은 커다란 빨간 고무다라엔 금새 물이 한가득 차고 했었으니까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여름방학...
여름비가 시원스레 내리고 비가그치면 그물과 세수대야를 들고 또랑으로 나섰지요. 또랑의 물은 평소와는 다르게 흙탕물인데다 세차게 흐르고 있었고 전 가지고 나간 그물을 또랑에 치면 그물안에
참붕어, 미꾸라지, 금붕어, 피래미,장어 치어등 금새 가득했답니다.
비린내 나는 민물고기를 먹지 않았지만 만선의 기쁨에 들떠 끙끙 비지땀을 흘리며 잡은 고기들을 모두 집으로 가져오곤 했지요.
제가 잡아온 물고기중 붕어는 붕어찜이되어 가끔 식탁에 오르긴 했지만 비린내 나는 민물고기를 단 한 번도 먹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먹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훨씬 많은데도 물고기를 잡는 일은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물을 건졌을 때 그물 위에서 파닥파닥대던 물고기들..
그리고 심심해질 무렵이면 동네에서 친하게 어울려 놀던 영애, 영자,정희 그리고 동생들과 갯고랑으로 나갔지요.
서해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었기에 재첩이 지천이었답니다.
뻘과 모래가 약간 섞인 곳을 발로 흟어가거나 조개가 숨쉬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파면 노란 재첩이 나오곤 했지요. 우린 경쟁이라도 하듯 지칠줄 모르고 정신없이 조개를 잡다가 먼저 가져간 그릇에 가득채운 사람은 갯나물을 뜯어가지곤 재잘대며 집으로 향했답니다. 잡아온 재첩을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 재첩국을 끓이면 그 국물이 쌀뜨물보다도 더 뽀얗고 담백한 맛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고 텃밭에서 자란 갖가지 채소를 채썰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먹으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었죠.
뜨거운 태양아래 물꼬를 보고 농약을 치고 때맞춰 끼니를 챙겨주시는 부모님들과는 다르게 띵가띵가 맘껏 놀며 보낸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면 막 벼꽃이 지고 여물어가는 벼이삭을 쪼아먹는 참새들을 쫒아보겠다고 양은 그릇과 미류나무 가지 하나를 잘라 부모님을 따라 나서서
훠~어~이....들판의 참새를 몇 번 쫒고 나면 그 길던 여름방학은 단숨에 다 가버리고 밀린 숙제며 일기만이 마음을 조급하게 하던 나의 여름휴가이자 방학은 끝이 났죠. 매 해 그렇게 반복되며...
그렇게 특별할것 없었지만 그 시절, 그 추억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중년의 삶이 건조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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