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장사하던 대학생.
박상훈
2018.01.20
조회 88
20여년전 대학생 시절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인천의 한 대학교 후문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하셨습니다. 학생이었던 저는 어머니를 도와 식당에서 서빙일을 했었죠. 테이블도 몇개 안되는 작은 선술집 같은 동네 밥집 이었습니다. 서울로 학교로 다닌 누나는 학교를 핑계로 엄마 가게에 모습을 거의 안보였지만, 학교가 바로 앞이었던 저는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가게로 갈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자친구도 만나도 친구들과 한창 신나게 놀고싶을 때여서 그당시에는 엄마 가게에 가는게 무척이나 싫었습니다. 또 작고 허름한 가게를 하시는 엄마가 가끔은 창피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제게 귤 장사를 한번 해보라고 제안하셨습니다.
가게 앞에 자리가 괜찮으니 농산물 시장에서 귤을 박스로 떼어와서 한봉지에 천원씩만 받고 팔아보란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무슨 장사나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지만, 결국 놀면 뭐하냐며 반강제 식으로 장사를 시작하게되었습니다. 한박스에 만원도 안되게 사와서 한봉지에 중간 크기의 귤을 열개 정도 담아 천원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게에 손님이 있을땐 서빙을 하고, 한가할때 귤을 파는 식으로 하게된거죠. 내가 잘 할수 있겠나 걱정반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게 의외로 잘 됐습니다. 대학 후문에는 자취하는 학생이 많았기때문에 소량으로 천원씩 사가는 학생 손님이 많았고, 술에 취해 일행들과 나눠먹는다고 사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박스만 팔아보자 하던것이 나중에는 하루에 두 세박스를 다 팔기도 했습니다. 그 해 겨울 저는 귤 장사 덕에 적지않은 용돈을 모을수있었습니다.
그 돈이요?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그 당시 여자친구에게 밥 사주고 놀러다니느라 다 썼습니다. 잘 지내니? 너 사준 돈까스,파르페, 내가 귤 팔아 번 돈이다! 엄마 내복이나 한벌 사드릴걸 조금 후회되네요.
귤 팔다 뉴스 듣고 깜짝놀랐던 그 해 겨울, 고 김광석 님 관련 소식이 나왔던 그 추웠던 날이 생각납니다..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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