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여행]'가을예감'-가을의 감수성-
정현숙
2008.08.11
조회 41
안녕하세요?
조금 전에 우체국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도토리묵을 사서 오니까, 따가운 햇살에 얼국은 발갛게 익어도 바람은 산들거리는 게 제법 가을 기운이 느껴집니다.

하기야 이제 입추도 지났으니 더위가 제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오는 가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조용히 퇴장해야겠지요.

전 어릴 때부터 가을이란 계절을 무척 좋아했어요.조지훈님이 '고와서 서럽다'고 표현한 것처럼 ,하늘이 높고 서늘하니 낙엽이 지는 상실의 계절이 내 안의 성찰도 되고 참 좋았지요. 그러다 감정이 복받쳐서 울어도 마침 알맞은 그러한 분위기있는 시간들....

10대나 20대에는 원하는 건 많아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그 좋아하는 가을도 앙상하게 나뭇가지가 메말라버리는 만추에는 서러움만 가득했어요.

근데 어느 정도 꿈이 이루어진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가을이 쉽게 오지도 않고, 또 오자마자 사라지는 너무 짧은 계절이라 그래서 더욱 아쉽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안타까운 건 그것만이 아니구요.아무리 가난과 병마에 시달린 학창시절이었다 해도, 그때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김현승 시인의 [견고한 고독]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등을 암송하며 시심에 젖기도 했지요.

밤을 지새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다가 남자주인공 히스클리프가 연인의 무덤가에서 "캐슬린,캐슬린!"하고 울부짖는 장면에선 ,마치 곁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마냥 전율하기도 했고요.

뿐만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우의 '애너벨리'라는 시 전 편을 작은오빠와 함께 외워서 서로 점검하기도 하고, 그 오빠 친구네에서 빌려 온 레코드판에서 들려오던 짐 리브스의 '애너벨리'는 또 얼마나 감미롭던지...

그렇게 가난하던 시절에 용돈을 꽁꽁 모아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여주인공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친구와 함께 손수건을 적시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제 경우에는 다른 모든 조건은 중년인 지금이 지난 시절보다 나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 감수성만큼은 예전보다 휠씬 무디어졌기에 돌아오는 가을에는 시와 소설, 음악과 영화를 가까이하며 소녀시절의 문학적 감각을 회복하고 싶어요.

더 나이 들면 그 모든 게 심드렁해질지도 모르니, 이 가을 비록 지구온난화로 가을이 짧다 해도 아껴아껴 가며 시간을 두 배로 활용해서 조락의 계절이기보단 감수성 창조의 결실의 가을로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청곡
가을 우체국 앞에서-윤도현
가을이 오면-서영은
가을 사랑 -신계행
9월에 떠난 사랑-유익종
가을 시선-이소라
편지-김민기
아름다운 사람-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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