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린다. 엄마가 있는 그 곳도 비가 온다고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두녀석과 전화를 주고 받더니 사랑해. 외할머니가 하늘 땅 만큼 사랑해 하시며 끝인사를 나눈다. 7월 초에 만나고 전화통화 뿐. 애들이 낯을 가려서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이젠 제법 외할머니를 알아본다. 화상통화를 해 줬더니 서로 얼굴 보여주려고 아수라장이다.두녀석다 아직 다 어리버리 해서 입만 아프다. 날마다 엄마랑 통화 좀 하려면 서로 뺏어가지고 안 주고 시간만 낭비하다 끊어버린다. 가까이 살면 버스 타고 왔다갔다 할 것을 이렇게 그리워 하며 또 한계절을 보낸다. 여름엔 더워서 애들 보느라 고생한다며 걱정 하시고,계절이 바뀌니 감기에 병원 자주 다녀서 걱정이시고. 통화만 하면 애들 걱정, 딸 걱정이 먼저다. 가까이 살면 당신이 좀 봐 주실텐데 그리 못해서 항상 걱정.공원에 가서 보면 모녀가 애들 데리고 나온 광경을 보면 괜히 속이 상하다. 나도 엄마가 있는데 이렇게 떨어져서 이게 무슨 청승인지 .한숨만 나온다. 백화점에서 엄마랑 팔짱을 끼고 쇼핑 하는 모녀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결혼 전 나도 저렇게 하고 다녔는데. 정말 찐득이 같이 엄마를 찾았는데. 배반 하고 이렇게 멀리 까지 시집을 와서 엄마 찾아 삼만리니.....거실 가득 마당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만 공허한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엄마는 주무시고 계실까. 괜히, 가을밤 마음만 심난하다. 늙으면 늙을 수록 딸이 곁에 있어야 하는데. 있으나마나 한 딸.
여름엔 더위에 지쳐서 짜증이 나 투덜거렸는데 가을이 이렇게 소리도 없이 와 버렸다. 애들이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맴맴 해서 "아니.저건 매미가 아니라 귀뚜라미 소리야. 다시 잘 들어봐. 쉬."했더니 표현을 잘 못하고 맴맴 다시 하며 매미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야. 시원하지. 덥지 않지. 가을 .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 외할머니는 땀을 많이 흘리셔서 빨리 가을이 와야 해. 고생하시니까.큰아이가' 어머니 ' 한다. 응. 외할머니.
오색단풍이 산마다 곱게 자태를 내뿜고 화려한 공연을 선 보일 날들이 가까워 지는데 엄마랑 산에 한 번 놀러가지도 못하고 올해도 넘기겠다.
내년을 기약하며 또 뻔뻔스럽게 꼬리를 내린다. 이렇게 이렇게 시간을 흘러보내면서.....죄송함과 미안함을 가슴에 담고 말이다.
가을이 내 곁에 가만히 오더니 충고 한마디를 남기고 간다.
항상, 곁에 계시는 것이 아니니 미루지 말라며......
새겨 들었다. 가ㅡ슴에 넣었다.사진 속의 엄마가 환히 웃고 계신다. 애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또 본다. 불러도 불러도 좋은 엄마라는 단어를 지금 까지 쓸 수 있게 해 주신 엄마한테 감사하며....
좀 더 신경 쓸께요. 엄마, 내가 얼마나 엄마 사랑 하는 줄 알죠. 나도 하늘 땅 만큼 사랑해요. 가을이 엄마 딸을 철들게 만드네요.그런데, 왜 이런 마음이 시어머니한테는 안 드는지.못됐죠. 엄마가 이런 나한테 "너도 아들만 둘. 너도 너 같은 며느리 얻으면 좋겠냐"하시며 야단 치셨잖아요. 그러게. 나도 딸이 없는데. 정말 딸이 없어서 속상해. 친구 처럼 지내려고 했는데. 요녀석들 가을이 오면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 챙겨주기나 할까? 이렇게 고생하며 키우는데....엄마인 나도 이렇게 속이 없이 행동 하는데 뭘 기대해. 그렇죠.
엄마, 기온차가 심하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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