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한국을 출발하며
김태욱
2008.09.01
조회 63

러시아로 출발하는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아침부터 흐린 하늘은 우리의 여행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시간이 지나면서 후덥지근한 열기를 점점 뿜어내고 있었다.

내 생애 처음 다른 나라로의 여행이라니.
그것도 러시아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로의 여행이
더 가슴을 뛰게 하였다.
솔직히 어제 밤은 떨리는 기대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다. 부은 눈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분주하게 여행 준비를 하지만,
마음만은 날개를 단 듯 아주 가벼웠다.

나와 어머니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며
형은 계속 부럽다는 말을 쉬지 않았다.
형도 휴가 기간이 맞았다면 함께 했을 것이라고,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하며 부러운 눈치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공항으로 가는 길의 영종대교를 지날 때에는
찌푸렸던 하늘이 드디어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를 퍼부으며
우리의 가는 길을 막았다.
하지만 그 비로는 절대 우리의 여행을 가로 막지는 못했다.
퍼붓는 비를 뚫고 도착한 공항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였다.
모두들 큰 여행 가방을 가지고
힘들고 지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평안함을 찾고자 어디로 떠날 차비로 바쁜 걸음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이제야 실감을 하시는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여행사 직원을 만나 출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비행기 티켓을 받았을 때,
비로소 러시아로 떠난다는 사실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

햄버거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며,
집에 계신 아버지의 저녁을 걱정하시는 어머니.
걱정하지 말고 잘 갔다 오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가 떨리셨다.
아마 아버지께 정말 미안하셨나보다.
어딜 가시면 두 분이 항상 함께 하셨는데.

저녁 8시 30분.
이르쿠츠크행 비행기에 들어서니
아름다운 스튜어디스가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 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내 옆 자리에는 어떤 사람이 앉을까?,
기내식은 무엇일까?, 창가 자리로 앉게 될까?” 뭐 이런 것들이다.
꽤 유치하지만 나는 매번 이런 생각을 한다.
아마 비행기에 대한 기대감이 큰데서 일 것이다.

생각대로 창가 좌석으로 앉게 된 나는 어린 아이처럼 기뻤다.
호기심어린 동그란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공항 밖은 모두 비에 젖어 있었고
비행기의 창도 빗물이 들이쳐 여러 줄기의 빗물이 흐르고 있었다.

비행기의 밖에서는 그 비를 다 맞으며
여러 사람들이 바삐 뛰어 다니고 있었다.
최종 점검을 하고 있나 보다.
안에서도 승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 이륙 준비가 다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비행기 창밖 공항의
아른아른 움직이는 불빛들은
떠나가는 우리들을 지켜보며 잘 갔다 오라고 인사하는 듯 하였다.
고맙게도 말이다.
비에 젖은 공항을 뒤로 하고
활주로에 도착한 비행기는
이제 하늘위로 오르려 깊은 호흡을 하듯
우렁차게 엔진 소리를 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기 안에서
나와 어머니는 손을 꼭 잡고
기쁨의 눈과 웃음을 마주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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