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휴직을 꿈꾸다가..
김은경
2018.03.27
조회 122
저희는 교사부부입니다.
마흔 일곱살 동갑이기도 하고요.
늦게 결혼한 터라 아이가 없습니다.
주위에서는 우리 부부를 부러워하기도 해요.
둘이 벌어서 원 없이 쓰고 노후 걱정도 안 해도 되겠다고요.
그런데, 산다는 게 가정의 일만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직장 생활의 어려움도 가정 못지 않게 삶을 지배하니까요.
엊그제 제가 그랬어요.
"자기야, 우리 둘이 일년만 무급 휴직 쓸까?"
남편이 가만히 저를 쳐다봅니다.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러면 좋지."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어요.
해가 거듭될수록 남편도 저도 학교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어서 늑장을 부리던 남편은 같은 부서 선생님과 사이가 틀어진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갈수록 수업 하기가 힘들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둘 다 내색은 안 했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토닥거리면서 무급 휴직을 하면 뭘 하고 놀까 궁리하면서 행복해했습니다.
그런데요.
막상 무급휴직을 하려니 공무원 연금은? 의료보험은? 개인연금은? 세금은 어떻게 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종 연금들은 그 다음 해에 두 배로 내야 하고, 개인적으로 부어야 하는 보험금이며 적금, 개인연금은 계속 내야 하는 형편이지요.
이것저것 계산해보니 돈 한 푼 쓰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2천만원 가까이는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그순간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안되겠다. 자기야. 그냥 정년퇴직하고 놀자."
남편은 기가 막히다는 듯 저를 쳐다보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 들었습니다.
아...
무급 휴직하고 싶다!!!

승화님 직장인의 비애를 위로해 주세요.
럼블피쉬의 '아이고' 신청합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