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이 곳 일산엔 낮지만 가볍게 등산을 하기엔 딱 좋은 정발산이 있답니다. 저또한 건강을 잃고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듯이 퇴근후 저녁을 먹은 후에는 느리게 느리게 산책겸 걷기를 하며 집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정발산을 찾곤하지요. 귀에는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라디오이어폰을 친구처럼 끼고 말입니다. 혼자걷기의 즐거움을 알 나이도 되었으니 또한 혼자 사유의 공간으로 은밀하게 정해두고 항상 들르는 곳이 있기에 그 즐거움은 배가되지요..
내가 "나의 정원"이라고 이름붙인 곳이란 - 정발산을 오르는 언덕배기에 자그마한 인공연못을 파고 작은 분수로 가끔씩은 물을 뿜기도 하고 여름밤이면 우렁찬 개구리소리가 어린 날 시골에서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하지요. 무엇보다도 제 시선을 묶어두는 곳은 그 연못 언저리에 조성해 놓은 야생화꽃밭입니다. 야생화꽃밭을 꾸민 첫해엔 무리지어 피어있어야 빛을 발하는 야생화들의 특성상 드문드문 자리잡고 빈약하게 피어있는 야생화꽃밭은 제 눈을 끌지 못했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 찾았을 때엔 그야말로 하늘에서 갖가지 꽃들이 사뿐이 내려와 웅성웅성 바람에 몸을 물결치며 피어있는 모습은 베르사유궁전의 정원이 부럽지 않을만큼 아름다웠답니다. 그리고 삼년째가 된 올해 그 곳을 찾았을 때의 당혹감이란..... 지난해의 그 순결하게 아름답던 야생화꽃밭엔 온갖 억센 풀들이 그악스럽게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지요.. '아,아 그렇구나 우리 사람의 마음밭도 매일 좋은 생각 좋은 말로 갈고 닦지 않으면 한 순간에 저렇게 황폐한 잡초가 무성하게 자리하고야 말겠구나'하는 두려운 깨달음이 가슴을 쳤습니다. 마흔 중반이 넘은 지난해에야 흔들리는 건강앞에 병원을 오가는 공포를 경험하고서야 제 입에서 나온 고백은 "주님, 항복했습니다. 그 기도없이 살아온 오만한 세월들을 용서해 주세요"였으니 참으로 아슬아슬한 세월을 기도없이 견뎌왔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제 손을 놓지않고 기다려주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신청곡 - 정훈희의 꽃밭에서, 정태춘 박은옥의 봉선화
야생화꽃밭과 풀밭사이에 서서.....
김옥순
200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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