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기독교 신앙을 받아 들이신 아버지 덕에 우리집은 추석차례를
지내지 않고 예배로 대신했답니다.
그래서 차례음식 대신 우리집명절 음식은 여느집들과는 차별화가
되었답니다.
물론 송편은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 앉아 각자에게 할당 되어진 분량만큼 빚긷 했습니다. 그럴때면 저와 두살 터울 난 동생은 언니인 나보다 예쁜 송편을 빚는라며 심혈을 기울이다가 예쁘게는 커녕 제게
주어진 익반죽을 통째로 하나의 대형 송편으로 만들고는 손을 털고
일어서는 저를 보며 심혈을 기울이던 작품마저 내팽개치고 나를
바라보며 "비겁하게 반칙쓰는 법이 어딨어?"라며 눈을 흘깁니다.그러면 저는 "나는 시집 가서 아들만 낳을거니깐 괜찮아~그러니 너나 예쁜 딸 낳게 계~속 예쁜 송편이나 빚어~"라고 놀리며 친구들이 기다리는 마을 공터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집 만의 별미는 엄마표 도넛츠입니다.
그 당시는 도너츠 만드는 도구가 있는것도 아니고 해서 일단
반죽을 얇다랗게 밀어서는 주전자 뚜껑으로 모양을 찍어 낸 후
간장 종지로 가운데 한 번 더 모양을 찍어낸 후 적당한 온도의
콩기름에 튀겨 낸 후 반짝인 설탕가루를 묻히면 어느 제과점의
도너츠보다 맛난 엄마표 도너츠가 탄생된답니다.
넉넉하게 만들어진 도너츠를 접시에 예쁘게 담아 이웃집에 나누고 보면
우리집에서 만들지 않는 명절 음식이 답례품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정이 가득했던 유년의 추석이 이제는 그리움의 시간으로
제 마음에 남아 있답니다.
이번 추석에는 일곱 명의 딸들이 친정에 모두 모여 지난시간을 그리며
엄마표 도너츠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하늘나라로 이사가신 아버지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께 지난시간을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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