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4 "3일간의 축제 동참기"(쌍산재)
정근영
2008.09.18
조회 34
한참 더웠던 지난 달 중순 전남 광양에 사는 동생이 안부 전화를 하였습니다.
“형, 올해도 휴가 못 가나? 그냥 문닫고 한번 와라. 형이 여기 와 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
“그래. 내 한번 시간을 내 보마. 추석 때나 한 번 가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대답은 하였지만, 쉽게 문을 닫고 떠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목소리에 힘은 실리지 못했었습니다.

저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몸이 불편한 형 때문에 늘 어머니의 관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고, 그러면서도 늘 형을 마음에 두었던 착한 녀석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너무도 어려웠던 환경은 녀석을 다니던 대학마저 그만 두고 직업 전선으로 내 몰고 말았습니다. 당시에는 두 명을 도저히 대학에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도 부모님의 물질적 도움은 별로 없이 학교를 졸업하였지만, 형이라도 학교를 다니라고 양보한 녀석의 희생 앞에 그 이후 저는 동생 앞에서는 한 번도 대학 이야기를 한적이 없었습니다.
졸업 사진도 벽에 건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녀석은 대기업 직원으로 자리 잡았고 좋은 가정도 꾸리고 있고 얼마 전에는 이사도 하여 자주 형을 내려오라 청하는데 그저 사는 것이 바빠 이리 형 노릇도 못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늘 한 구석에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녀석은 작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늦은 대학 생활에 재미가 쏠쏠하여 제 마음의 부담도 많이 가벼워진 상태라 내 올해는 한번 내려가 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던 8월 18일 오후…..

영재님의 다정한 목소리를 통해 가게 안을 울려 퍼지는 제 사연에 너무 놀랍고 당황하였답니다.
예전에 “신청곡과 사연”란에 올린 제 글이 방송되고 이내 울려 퍼지는 조용필의 “꿈”에 가슴이 짠하였답니다. 게다가 쌍산재 숙박권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습니다.

광양의 동생집, 바로 윗 동네인 전남 구례의 쌍산재
반드시 가 봐야 한다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사를 시작한지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고
저도 “온 국민의 3일간의 축제”에 참여하였습니다.

대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25년 전 대학 졸업 여행 때 둘러 본 충무(통영)도 둘러보고,
형보다 훨씬 호화롭게(?) 살고 있는 동생 집에서 하루를 잘 지냈습니다.
자고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만 잘 사는 동생네를 보는 것은 그저 흐뭇할 뿐이었습니다.
돈 한푼 없이 떠난 이 곳에서 이렇게 살 수 있게 될 때까지 녀석은 얼마나 고군분투를 하였을 까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아리기도 하였답니다.
다음 날은 시간을 쪼개 남도 이곳 저곳을 동생의 안내 하에 구경하였습니다.
섬진강, 남해대교, 하동, 화엄사 등등…..
저녁근무인 동생은 쌍산재 입구까지 콘보이를 해 주고 떠났고…

저희는 “유가속”에서 보내준 전남 구례의 “쌍산재”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답니다.
친절한 젊은 주인장의 안내로 300년 전통한옥의 이곳 저곳을 식구들이 둘러 보았습니다.
6대째 내려오는 전통가옥을 지켜야 하는 젊은 주인장과의 대화 속에서 그 분의 내공과 고뇌도 읽을 수 있었고 정말 제대로 된 녹차 대접도 받았답니다.
“유가속”을 소재 삼아 이야기도 나누었고…..


제가 목발을 짚어 불편해 많은 곳을 보지 못하자 잠시 사라진 아들 녀석.
잠시 후 나타난 녀석은 아빠 보라고 “쌍산재” 이곳 저곳을 촬영해가지고 와서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보여주더군요.
사장님이 자기더러 “오늘은 네가 이 집의 주인이다.”라고 했다며 제법 주인답게 설명을 하더군요.
이곳의 기운을 감동 속에 느낄 수 있었답니다.
제가 아들 녀석 하나는 제대로 키웠죠?


이런 곳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아들녀석에게는 정말 좋은 추억으로 새겨질 것입니다.
대나무 향기도 느꼈고, 목화 솜도 따보고 열매도 맛보고, 잔디 밭에서 축구도 하고,
TV도 인터넷도 없는 저녁, 정말 오랜만에 우리 가족 깊은 대화도 가졌고,
밤이 오자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도 같이 보았고 온갖 풀벌레의 합창도 들었고,
몰려드는 모기떼 속에서 모기장을 친 방에서 키득거리며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전설의 고향 이야기도 하고, 낮은 천정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감 떨어지는 소리도 듣고,
고양이 소리도 듣고……
정말 오랜만에 가족끼리 몸을 부딪히며 잠도 푹 잤습니다.
더구나 아침에는 수탉의 알람소리에 잠을 깨는 호사도 누렸답니다.

이런 추억을 갖게 해 준 “유가속”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간만에 제대로 아빠 노릇도 해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다시 찾아온 동생의 안내로 남원의 “광한루”도 둘러보고
추어탕도 맛 보았답니다.
“형, 휠체어를 타더라도 이런 곳 자주 가 봐야 한다.”….하는 부탁도 들으면서….

가족애를 온 몸으로 느낀 잊을 수 없는 추석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들은 유영재님의 멘트.
“여러분, 3일 간의 축제 잘 보내셨습니까?”

“예, 덕분에 저도 3일간의 축제에 동참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정말 제대로 오랜만에 맛본 축제였습니다. 그 축제에 동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저도 말했는데 들으셨지요?


---어제는 방송 8주년이더군요. 축하 드립니다. “유가속” 덕분에 지난 8년간 정말 행복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그 행복 계속 주시리라 믿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힘찬 방송 기대합니다.



신청곡: 조용필 “미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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