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 생일을 맞은 큰아이 선물로 몇일전부터 눈에 낙점해 두었던 반지를 아이방 침대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저녁늦게 집에 돌아와 엄마선물을 보고 많이 기뻐해 줬으면 좋겠어요.
오래전 일이지만 엄마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고 혼나던 꼬맹이 시절을 혹시 기억하냐고 묻고 싶어지네요.
10년도 넘은 일이네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던 때니까요.
그나이에 여자아이들은 반짝이는 모든것을 좋아합니다.
제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탐내던 아이가 그날따라 안쓰러워 아이의 목걸이에 링반지를 걸어주며 몇번이나 당부를 했습니다.
"이 반지 엄마한텐 정말 소중한 거니깐 잃어버리면 안돼. 너는 손가락이 얇아서 끼고 있으면 빠지니까, 여기에 걸어줄께."
아이에게 잠시 보관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늘 끼던 반지가 빠지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허전해진 제 손가락을 몇번이나 들여다 보면서 그렇게 몇 일을 보냈지요.
어느날 아침.
등교준비를 하는 아이의 머리를 묶어 주다가 아이가 목걸이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윤아~목걸이 어딨어? 엄마 반지는?"
휘둥그레 저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흔들리더군요.
반지가 끼고 싶어서 목걸이를 뺐다가 둘 다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안난다는 아이는 결국 제 닥달에 울음을 터뜨리고 학교를 갔습니다.
작은 큐빅 하나 박힌 14k 반지.
결혼반지라 하기엔 빈약했지만, 축복받지 못한 결혼을하면서 남편과 평생을 함께 할 거란 믿음으로 나누던 징표였습니다.
살면서 생활이 좋아지면 꼭 예쁘고 좋은반지로 바꿔 주겠다고 남편은 약속을 했고, 살면서그럴 기회가 몇번 있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던 그시절이 그리워 손에서 빼지 못하고 늘 간직했던 반지였어요.
돈으로야 얼마되진 않지만, 마치 추억과 시간을 잃어버린듯 몇일을 속상해하며 딸과 남편에게 화를 냈습니다.
잔뜩 주눅이 들어 기운없는 아이와 그틈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남편이 눈에 밟혔지만 쉽게 화를 풀리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정도 지났을까요.
늦은밤이 되서야 집에 온 남편은 제손에 반지를 껴주더군요.
잃어버렸던 그반지. 모양은 똑같았지만 반짝반짝 더 윤이 나고 더 두꺼워진 반지를 그날 남편과 하나씩 나눠 가졌어요.
남편과 자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해지더군요.
지난세월을 추억하느라 아이와 남편의 가슴이 젖는다는 것을 잊고 있었나 봅니다.
벌써 15년을 끼고 있네요.
손가락이 굵어져서 이젠 잘 빠지지도 않습니다.
색도 변해 아이도 더이상 탐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세월이 갈수록 제겐 더욱 소중해지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윤아...
이젠 엄마꺼 탐내면 안되~
사랑하는 윤아의 스물두번째 생일을 엄마,아빠가 진심으로 축하한다.
꽃반지 끼고~은희

생일선물~
김현선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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