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 시절의 크리스마스
강세환
2008.11.14
조회 33
옛날, 옛날 그리 멀지 않은 한 옛날의 일이었어요.
제가 1962년생이니까 아마도 1968~9년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주일만 지키는 날나리 신자지만
어릴 적에는 교회를 나가지 않은 우리 남매였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를 가면 먹을 것을 주었지요.
사실 작지만 서울 변두리에서 점방을 하는 우리 집인데
교회서 주는 간식이 꼭 먹고 싶어서 갔겠습니까?
동네 조무래기들이 다 가니까
누나랑 심심해서 따라 간 것이지요.
당시 우리 집은 사당동.
지금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변했지만
저 어릴 적에는 논도 있고 밭도 있고
산꼭대기에 교회도 하나 있었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걸어 올라가며
잔가지를 치는 장난도 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산길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던 [산성교회]

누나랑 과자 봉지를 얻어 들고 집으로 내려오는데 한 아이가
[야, 너희는 우리 교회도 안 다니면서 왜 과자를 받아가니!]
하며 과자봉지를 빼앗아 갔습니다.
[니가 준 게 아니잖아. 니 것도 아니면서 이리 내!]
하며 그 아이가 제가 받은 과자를 빼앗으려고 달려들었고
저는 안 빼앗기려고 용틀임을 치고
누나 역시 저를 도와 다시 과자 봉지를 붙들었습니다.
그러는 도중에 저는 그 아이에게 볼을 한 대 맞았습니다.
근데 설상가상으로 당시 저는 이가 썩어 부은 상태로
붓기가 빠지면 치과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부은 부위를 맞았으니 저는 울고 말았습니다.
누나는 저를 때린 그 애를 밀치고
제 과자 봉지를 되찾아 주며 울지 말라고 토닥였습니다.
울고불며 어찌어찌 집에 가니
그 애 엄마가 우리 집으로 왔습니다.
그 애 엄마는 다짜고짜 제 누나의 따귀를 때렸습니다.
누나가 어이가 없어 우는데
우리 엄마가 웬 일인가 싶어 나오자 그 여자
[애들 교육 확실히 시켜! 귀한 내 자식 울리고 좋을 줄 알았냐!]
영문을 모르는 엄마가 무슨 소리냐니까
그 여자, 우리 엄마에게도 행패를 부렸습니다.
우리 엄마의 머리채를 붙잡고 흔들다
제 풀에 겨워 그 여자의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휘어져 부러졌습니다.
한참을 행패 당한 것은 우리 엄만데
그 여자는 행패를 당해 막다가
자기 손톱을 부러뜨렸다고 파출소로 고소를 하러 간다며 사라졌습니다.
울 엄마가 무슨 죄람.
그런데 정말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와서 제 누나와 엄마를 연행해 갔습니다.
고소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다나요?
엄마랑 누나는 노량진경찰서 유치장에 끌려가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죄도 안 짓고
엄마는 행패를 당했고 제가 먼저 맞았는데
그 여자의 일방적인 고소로 인해 우리 누나와 엄마는 졸지에
노량진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었습니다.
아버지랑 저랑 동네 아줌마가 경찰서로 갔습니다.
무고를 호소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자 경찰관들이
누나와 엄마를 풀어주며 집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는 원래 술집 여자로 한 성질 하는데
상황을 파악하고 누나와 엄마가 죄 없음이 밝혀지고
일단 고소가 들어오면 하루는
경찰서 신세를 져야 한다나요?
집에 가서 아버지는 두부를 먹으라고 누나와 엄마에게 주며
저 보고 자다가 이불에 오줌 싸면
바가지 들고 옆집 가서 소금 받아 오라더니
그 귀한 소금까지 뿌렸습니다.
다음부터는 유치장 가지 말라고........
벌써 40년이 다 된 이야기네요.

신청곡-꽁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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