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 배추를가득 실은 차들이 두번 왔다하더니 공터에 배추를 산더니처럼 쌓아놓고 간다 차떼기로 배추를 사온 이웃집 아저씨가 배추를 파는것이였다
트럭위에서 던지는 배추를 받아 배추가 무너지지않게 동그랗게 원을그리면서 잘도 쌓는다 그리고 커다란 천막으로 배추를 덮어 보온을 하는
모습이 아련하다
겨울 바람이 쌩쌩 불어오기전에 김장을 하고 연탄을 창고에 가득
채워 놓아야 안심을 하셨던 그 옛날 부모님들 세대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초등학교 5학년무렵 그해는 유난히 어려웟던것 같다
막노동을 하던 아버지 군대를 간 큰 형님의 빈자리가 우리들의 겨울 양식마저도 구하지 못하게 했다
이웃들은 모두 김장한다고 배추사러가자고 하는데
어머니께서는 한숨을 내 쉬었다
배추가 너무 좋다면서 빨리 가서 사지 않으면 다 떨어진다고
너도나도 아우성이였지만 어머니께서는 이집 저집으로 돈을 꾸러 가시는 모양이였다
못해도 한접은 해야 겨울에 반찬걱정을 하지 않았을 어머니의 심정을
그 어린 나이에 알수는 없었지만
가난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것은 알수가 있었다
배추가 동이날 무렵 어머니는 이웃집 배추 아저씨께 사정 이야기를 하고
봄에 갚기로 하고 배추 한접을 사오신거였다
리어카에 배추를 실어 날랐다
덤으로 떨어진 배춧잎도 엮어 말리실거라면서 가져 오셨다
무청도 엮어서 벽에 못을 박고 걸어놓았다
수돗가에 배추를 절이자 주인아주머니가 텃새를 한다
하수도 막히지 않게 잘해 막히면 큰일이야 이 겨울에 하면서
어찌나 얄밉게 굴던지 정말 또 한번의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눈으로
직접 본 어린시절 어서커서 집을 장만해서 어머니와 살고 싶었다
배추를 나르고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배추를 반으로 자르고 커다란
고무통에 소금을 풀고 절이셨다
산더미같이 쌓아도 소금에 절여지니 반으로 쑥 들어가는 모양이
신기하기도 했다
하필이면 추운날 김장을 하게 되어 새벽부터 배추를 씻는 어머니의 손길이 바빴지만 호호 불면서 배추를 씻는 모습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문틈으로내다보았다
춥다고 꽁꽁 언손을 이불속에 넣던 어머니의 손을 어루만졌다
누이들이 집에 있어 도와주면 좋았을것을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한입이라도덜기위해 회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누나들 대신 내가
잔심부름을 다했다
김장한다고 소문이 나자 이웃집 아주머니들께서 고무장갑 하나씩 들고 찾아 오신다
야 배추 잘 절여졌다 올해 배추가 정말 맛있게 생겼어 하시는 아주머니들 내일은 우리집으로들 다 와 맛있는 동태찌게 해 줄께 하시면서
미리 예약을 하신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서로서로 김장을 해주시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밤새 썰어놓은 무채를 아주머니들은 능숙하게 고추가루에 새우젓 멸치액젓을 넣고 온갖 야채를 썰어넣어 버무리고 간을 맞춘다
제법 빨갛게 먹음직스러운 속을 준비하고 배추속을 넣기 위해
작은 고무통에 옮겨담아 아주머니들 옆에 절인 배추를 쌓아두면
능숙능란하게 맛깔스럽게 속을넣고 마지막 배춧잎으로 한바퀴 돌려 배추가 흐트러지지않게 하고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미리 땅속에 묻어둔 항아리에 어머니께서는 차곡차고 넣는다
두 항아리에 가득 담아 두시면 아버지께서는 항아링에 흙이 튀지않도록 비닐로 덮고 마무리를 하셨다
김장이 끝나면 거의 점심시간무렵이였고 부엌에서 어머니의 점심준비가 바쁘다 선지국을 유난히 맛있게 끓이셨던 어머니
씨레기를 넣고 끓인 선지국을 모두 한대접씩 비우셨고
보쌈으로 삶은 돼지고기에 배추속을 사서 먹는 그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김장하는 내내 심부름 잘한다고 노란배추 뜯어서 굴과 함께 아주머니들은 속을 저에게 자주 주신덕엔 날름날름 받아먹고 속이 아려
혼이났는데 선지국 한사발에 시원함을 느꼈다
모두들 뒷마무리까지 해주시고 돌아가시면 이젠 어머니께서는
혼자서 꼬들빼기 김치와 동치미를 담그셨다
유일한 어머니의 고집 다른 음식은 맡겨도 대대로 내려오는 어머니의 노하우가 담긴 꼬들빼기 김치와 동치미는 남의 손에 맡기지 않으셨다
익으면 맛이 씁쓸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꼬들빼기는 우리집만의
별미였고 동치미는 얼음이 동동 띄워져 추운날 고구마 삶아서 먹을때 같이 먹던 그 맛은 둘이먹다 하다죽어도 모를만큼 맛이 있었다
이렇게 김장은 온 동네의 추억이 서려있다 집안의 가풍대로 담궈 먹고
개성에 맞게 배추속에 넣는 양념도 각각 달라 별미였다
이젠 그 김장김치의 추억이 남아있을뿐 핵가족 시대에 고작 열포기 달랑하고 사먹기도 하고 그 추억을 재현해볼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추억을 돌이킬수 없어 아쉽다
올해는 맛있는 김장을 하도록 아내를 재촉해야 겠다
친구들 불러서 보쌈에 소주한잔 벌써 김장하는날이 기다려진다
여보 김장 언제할거야 맛있게 담궈야해 내가 많이 도와줄께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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