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기 전 난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선언을 했다. 엄마는 하던 일을 계속 했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난 하기가 싫었다. 그 일도 솔직히 내가 선택해서 학원을 1년 동안 다녔고. 했는데. 결국에는 그만 두고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 하겠다고 하니...
나도 그런 무능력한 내자신이 싫었지만 일이 하기가 싫었다. 처음 시도 할 때는 원대한 꿈을 안고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휴일이 없이 하는 일이 힘들고 싫었다. 남들 처럼 주말에는 놀고 싶은 욕망이 컸나보다.
내가 그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놀라는 시선이었다.좀 생소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 난 그래서 보란듯이 잘 하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했었는데 초심을 잃고. 뚝심도 잃고 . 오기도 없어져버렸다.
하기 싫다. 나도 주말에는 놀고 싶다가 다 였다. 막상, 그만 두고 새 일을 시작하려니 또 밑바닥 신세. 나이도 솔직히 많지. 나이는 그만 두고. 어릴 때 부터 좀 쳤으면 더 나으련만. 이건 치다 말고 치다 말고 공백기간이 너무 많아서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쳤던 것이 안 친 사람보다는 나을까. 손모양도 작고 여리여리한 손가락이 아니여서 많이 도와주었다. 이것도 나중에 레슨 받다 보니 선생님이 칭찬 아닌 칭찬으로 소리가 사납지 않고 다듬으면 남들 보다 예쁜소리가 난다며 열심히 치라고 하신 격려의 말씀 이셨다. 난 그렇게 집안에 선포를 하고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어릴 때는 그렇게 치기 싫던 피아노를 친다고 하고 있으니 나도 코웃음이 나왔다. 난 피아노를 연습 하기 위해서는 피아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엄마한테 말했다. 그냥 그 때는 피아노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그런데, 엄마는 그 말이 가슴에 콕 하고 맺히셨나보다. 당신딸이 연습 할 피아노가 없으니 말이다. 엄마는 그렇게 내 말을 접속 하시고 계산 하셨나보다. 느닷없이 엄마는 나랑 어디를 가자며 일어서시더니 피아노를 사러 가셨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난 솔직히 있었으면 했지만 이렇게 사줄거라고는.....아니 그렇게 생각한 내가 정말 정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매번 이렇게 일만 저질러 놓고 해결도 못하는 내가 또 대책 없는 소리를 했으니.
엄마는 이왕이면 새피아노를 사서 열심히 연습하라며 중고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엄마는 그렇게 내게 새피아노를 선물해주셨다.피아노가 집에 오던 날 아빠는 이것들이 정신 넋 나갔다며 잔소리를 하셨다. 지금, 무슨 피아노냐며. 시집 갈 나이에 무슨 피아노를 치겠다고. 또, 친다고 하는 딸년 한테 피아노를 사 주는 정신이 빠진 것들이라며 아빠는 구구절절 읊으셨다. 엄마는 내가 사 준 것이라며 그럼, 배우겠다고 하는 애한테 이것도 못 사준다며 그만 하라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치셨다. 엄마는 나보란듯이 열심히 치라고 하는 나한테 들려주는 메세지 같았다. 난 그렇게 작은방에 피아노를 놓고 연습을 했다. 주택가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솔직히 좀 시끄러웠을 것이다. 엄마는 그렇게 내게 피아노를 사 주시고 보이지 않는 감독이 돼버렸다. 어디를 나갔다 오시거나. 내가 잠깐 tv를 보고 있을 때면 연습 안 해. 하시며 다그치셨다. 열심히 연습 해서 잘 쳐야지. 어쩔 때는 좀 짜증나기도 했다. 아빠는 시끄러운 피아노소리가 듣기 싫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나도 연습이 잘 안 되고. 밖에 나가고 싶을 때면 아무것이나 막 두둘겨댔다. 그렇게 난 밑바닥 신세로 돌아가 시간과 내자신과 싸우며 살고 있었다. 이것도 역시나 보이지 않는 나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곁으로 볼 때는 고상해보이며 보기 좋아 보였던 것이 막상 도전해보니 끊임없이 반복되는 연습과 고뇌였다. 방에서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가....
난 그렇게 엄마가 사 주신 피아노와 애인이 돼 버렸다
엄마는 못배운 한이 가슴에 맺혀서 내가 배운다고 하는 것은 다 해주시려고 애쓰셨다. 공부에도 때가 있으니. 하나라도 배우고 배워서 머리에 담으라고. 머리속에 담은 것은 누가 도둑질도 못해간다며 배우는 열망에 목이 마른 분이셨다. 그래서, 어리석은 딸이 뭔가를 배우겠다고 하면 다 배우라고 하셨다. 그렇게 난 피아노와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엄마가 사 주신 피아노로 배워서 조카들을 가르치고. 연습을 하고. 계속 공부를 하고. 그렇게 기나긴 시간을 같이 하며 난 결혼을 하게 됐다. 서울로. 짐 정리를 하면서 난 피아노를 조카한테 선물하겠다고 하자 엄마는 이건 안 된다며 너가 가져가서 너 자식을 낳으면 가르치고 물려주라고 하셨다. 그렇게 애지중지 하시는 조카한테 준다고 했는데도 엄마는 뭐라고 하셨다. 외할머니가 주는 선물이라며....우리외손주들한테 주는 선물이라며....
연연생인 애들을 키우느라 지금은 덩그러니 작은방을 차지 하고 있는 물건이지만 아이들은 한 번씩 올라가서 치는 것이 재미있는지 띵띵 거린다. 폐달을 손으로 누르며 웃고 난리다. 이소리. 저소리 다 쳐보며 지네들끼리 장난을 친다. 서로 공간을 많이 확보해서 칠려고 다투고 밀친다. 이 엄마한테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줄이나 알고 저런지. 내년 부터서 큰아이도 한 번 가르쳐 볼려고 생각 중인데 잘 될려나 모르겠다. 엄마는 열심히 배워서 놀지 말고 결혼해서도 일 하라고 나한테 투자를 했는데 이렇게 집에서 애들이나 보고 있으니. 애들 키워놓고 다시 이 피아노로 연습을 해서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데...
우리 엄마는 피아노를 배우지 못해서 내게 가르쳐 주지를 못했다. 하지만 , 난 엄마가 배움의 길을 열어주셔서 배운 피아노를 내자식들에게 또 내 손자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그렇게 될려면 열심히 배우고 연습을 해야겠지. 손자들 앞에서 멋진 할머니의 재롱잔치을 보일려면....
지금은 애들 장난감으로 소리가 나고 있다. 그러나, 내년 부터서는 뭔가 또 다른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지고 있기를 바라며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내게 항상 배우라고 채찍질을 하셨던 선생님이셨다.한 번 더 칠 때마다 . 연습에 연습을 거듭 할 때마다 달라지는 소리 처럼 나 또한 거듭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친정엄마가 보여주신 그 사랑 처럼.....
내게 제2의 인생을 살게 끔 해주신 엄마가 주신 이 보물을 어찌 말로 표현 할 수가 있겠는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이 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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