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직하신 우리 아버지..
퇴직하시면 엄마랑 여행도 많이 가시고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마음을 접어야만했던 많은 일들을 해볼거라 하셨어요
하지만 평생에 몸에 배어있는 아버지의 시계는 여느때와 같이 일찍
잠자리에서 아버지를 깨웠고 출근할곳 없이 시작되는 아버지의 하루는
조금씩 지루해지고 일상이 답답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여러날을 보내던 아버지의 환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들려왔어요
"아버지 내일부터 출근한다.. 아파트 경비직으로 취직했어..
니네 아파트에서 가까워서 우리 딸 얼굴 자주 볼수 있어 아주 좋아.."
그냥 편히 쉬시지 뭐하러 힘들게 일하려고 하시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제 마음은 아버지의 환한 목소리에 다 묻혀버리고 말았어요
"아버지.출근 축하드려요.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며칠 후 아버지 일하시는 곳에 가봐야지 생각하면서 전화를 끊었어요
요번 겨울은 따뜻하다고 하지만 유난히 바람이 차갑던 며칠전이었어요
아버지께 따뜻한 점심 드리려고 오랜만에 보온도시락에 국도 담고
좋아하시는 반찬을 챙겨 아버지께 가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어요
저만치 아버지께서 경비복을 입으신채 차가운 바람도 아랑곳 않고
비닐봉지를 한손에 들고 쓰레기를 하나둘씩 줍고 계시는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차가운 바람때문인지 아버지의 모습때문인지 제 코끝은 점점 빨개져만
가고 가슴은 먹먹해져 가고 있었어요
차마 아버지를 부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저씨..추운데 고생하시네요.. 이거 팥죽인데 따뜻할때 드세요..
아저씨 오셔서 우리 동네가 너무너무 깨끗해졌어요..
애들도 아저씨가 친절하셔서 너무 좋대요.."
웃으며 아버지께 냄비를 건네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이는거예요
아버지께 인사를 잊지 뛰어가는 동네 꼬마녀석들의 모습도 보이는데
먹먹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것 같더라구요
"아버지!!"하고 크게 부르는 제게 환하게 반기며 손을 내미는 우리
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럽고 따뜻하신 분..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수라 - 아버지의 의자
싸이 -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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