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텔레비전 뒤로 시커멓고 커다란 뭔가가 기어다니고 있었어요.
저는 깜짝 놀라
"어머나! 저게 뭐야?"
했더니 남편이 가만히 쳐다 보다가
"이놈이 만날 방충망 밖에 붙어 있더니 들어 왔네."
그러더라고요.
노린재도 아니고, 꽃매미도 아닌 것이 벽을 타고 기어 다니니까 사람을 물까봐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파리채를 들고 냅다 때려 잡으려는데 남편이 기겁을 하면서
"쫌! 살려둬. 저것도 살려고 들어왔는데."
그러는 거에요.
밖에는 태풍이 온다더니 바람이 씽씽 불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래도 저런 게 집안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찝찝해서 다시 한 번 파리채를 드니까
"살려두라니까!"
하고 남편이 소리치더라고요.
그래서 그 곤충은 목숨을 부지하고,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남편이 괘씸해요.
곤충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게 하면서
아니....아내한테는 소리를 지르다니!!!
내가 중요해, 벌레가 중요해!! 하고 따지고 싶지만 그 꼴도 우스워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하긴...도시에 살다보니 모기 한 마리, 나방 한 마리도 용납 못하는 제가 너무하다 싶기도 해요.
그 놈들도 사느라 몸부림칠텐데...
부디 그 벌레가 여름 한 철 잘 살고, 멀리 날아가길 바라 봅니다.
여행스케치의 '한여름밤의 꿈'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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