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석 앞둔 이맘때쯤엔 늘 하는 일이 있었지요.
문 바르기.
모든 방의 문짝에 붙어있는 창호지 떼어내고 문짝들 물 불려 솔질하여 깨끗하게 닦습니다.
창호지를 말끔하게 잘 붙이는 건 어른들 몫이었습니다.
엄마는 여러 꽃잎들을 따오게 하셨습니다.
선홍색 코스모스
노란 백일홍
주황색 달리아
보라색 과꽃
빨간 봉숭아 꽃잎과 예쁜 이파리들...
문고리 옆, 가장 많이 찢어지는 부분은 창호지를 두 겹으로 붙였습니다.
창호지 덧붙이기 전, 내가 따온 꽃잎들로 예쁜 꽃모양 만들어 배열하고 그 위에 창호지를 붙였습니다.
꽃 피고 나비 날아다니는 안방 문.
코스모스 가느다란 이파리 하늘거리는 가운데 방 문
기억 더듬으니 더욱 그립고 아름답습니다.
한낮의 맑은 가을볕 받은 창호지들 하얗게 빛을 반사하던 광경은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집니다.
창호지 마르면서 함께 피어나던 꽃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새삼 그립습니다.
해질 무렵, 볕에 잘 마른 하얀 문짝들 하나씩 제 자리에 붙여 놓으면 기분까지 개운했습니다.
이제 어디서도 하얀 창호지 정성스레 붙인 문을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추석이 가까우니 그저 추억하고 그리워만 할 뿐인게 조금은 허전하고 아쉽습니다.
쉰일곱 아저씨가 되어, 어른들도 모두 돌아가시니 고향마저 잃어버린 듯...
* 홍민 - 망향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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