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 지 벌써 5개월째입니다.
처음엔 재밌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귀찮아졌고,
나중에는 화가 나기도 했어요.
매일 밥을 지어야 했고,
무슨 반찬 쌀까 고민해야 했고,
빈 도시락통 때문에 설거지도 두 배로 늘었습니다.
고마운 줄이나 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남편이 그러네요.
"반찬 한 가지만 싸. 내가 어제 김치볶음이랑 무짠지 갖다 놨어."
남편이 저보다 늦게 출근을 하는데 반찬통째로 사무실에 가져다 놨나봐요.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저는 나름대로 반찬에 신경을 썼는데, 남편은 제가 불편할까봐 보이는 대로 들고 간 모양이에요.
"김치볶음은 뭐하러 가져가."
제가 볼멘 소리를 하니까 남편이 그러네요.
"자기 힘든데, 그냥 하루에 한 가지만 싸. 난 괜찮아."
그 한 마디에 그동안 내색 못했지만 가슴에 쌓였던 불만이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남편이 말은 안해도 저에게 미안했던 모양이에요.
눈칫밥도 아니고...마음이 쨘해지더라고요.
"난 괜찮아. 자기야. 반찬 싸는 거 재밌어. 걱정마."
그렇게 남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어요.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그깟 도시락 하나 싸면서 투덜대다니...
정말 어리석었지요?
이젠 진심으로 사랑의 도시락을 싸려고요.
우리 착한 남편..
여보, 많이 사랑해요.
사랑의 도시락 먹고 힘내요~~~
남편을 생각하며 신청합니다.
이승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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