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화씨, 혹시 다섯 줄 짜리 기타로 노래해 보신 적 있나요?
고등학교 졸업 40주년 기념으로 부부 10쌍, 솔로 6명해서 몽골로 40주년 기념 산행을 갔었죠.테를지 국립공원 내 체체궁산은 험하지 않았지만 매우 긴 코스여서 7시간 넘게 트레킹을 하고나니 우린 모두 녹초가 되어 캠프로 돌아왔습니다. 지친 몸으로 바베큐를 저녁으로 하고 난 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캠프파이어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설악산에 수학여행가서 했던 캠프파이어, 대학때 MT로 바닷가에서 가졌던 그런 캠프파이어를 연상하며 캠프파이어 장소로 가보니 바람막이로 4면을 모두 막아놓은 그런 곳에 장작을 놓고 불을 펴 놓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 때 마신 약간의 몽골산 보드카와 따스한 불볕으로 인해 모두들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모닥불은 피웠는데 누가 나서서 뭘 하지 않으니 영 밍숭맹숭한게 재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멤버들 중에는 처음 본 친구들의 아내와 솔로로 온 친구들이 뒤섞여 이거 뭐 분위기가 영 생뚱 맞은것이었습니다. 할수 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내가 캠프 사무실에가서 혹시 통기타 같은 것 없느냐고 묻었더니 창고안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줄은 녹이 슬어 금새라도 끊어질 것만 같은 기타를 주더군요.
털고 닦고 한 뒤에 스마트폰 앱에 깔린 튜닝기로 튜닝을 하는데 글쎄 2번줄이 툭 하고 끊어지는 것이었어요. 아! 그 낭패란... 할 수 없이 나머지 줄을 조심조심 튜닝해서 가지고 갔는데 뭐 한 밤중에 초원에서 쳐 보니 대충 소리가 괜찮더라구요. 친구들은 제가 미리 준비한 줄 알고 그 준비성에 함성을 지르는것이었어요. 5줄 짜리 기타로 싱어롱을 시작했습니다.
7080노래들...그건 너, 한 잔의 추억, 조개 껍질 묶어, 너, 작은 새, 개똥벌레, 저 별과 달을, 연가, 등대지기, 짝사랑, 토요일밤에, 사랑해, 해변으로가요, 아파트, 남행열차, 편지, 목로주점, 행복의 나라 등등…
하하하, 첨에는 다소곳이 따라하던 아내들이 어느 새 신청곡을 넣고, 부부가 듀엣을 신청하고, 합창에 솔로에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마지막에 김민기의 아침이슬로 마무리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별들을 보러 갔습니다. 주변에 불빛이 없어 별들은 그야말로 모래를 뿌려 놓은 듯 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별들을 본적이 있었는지.. 암튼 추억에 깊이 남을 별들이었고 5줄짜리 기타를 쳐 본 것도 좋은 추억거리였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기타 줄 1세트를 사서 그 캠프에 보내 드리며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비록 녹슨 줄의 기타였지만 우리 친구들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노라고...
그곳에서 불렀던 노래 중 이연실의 목로주점을 신청합니다.

몽골에서 5줄 짜리 통기타
조윤한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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