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글 올립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박용기
2018.10.30
조회 99
저희 어머니는 글을 잘 모르세요.
어머니가 성장을 하실땐 여자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어르신들이 늘 그런 말씀을 하셨데요.
어머니는 그래서 배움에 한이 많이 맺히셨습니다. 그 배움의 한이
자식들한테까지 이어진거죠.
어머니의 교육열은 대단하셨습니다.
공부도 못하는 저를 대학까지 가르치셨으니까요.
어머니 아니였으면 저는 아마 고등학교도 간신히 나왔을겁니다.
누나와 형들은 남들처럼 대학도 가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고생 많으셨죠.
어머니는 누나,형들이나 손자 손녀들의 전화를 받으시면 그렇게 좋아하세요.

그런데 어머니는 누나와 형들 손자 손녀들한테 사랑의 표현을 글로써 하시고 싶으셨나봐요.
핸드폰으로 간혹 누나와 형들 조카들이 문자를 보내면 어머니는 문자보내는방법을 저한테 물어보십니다. 어머니한테 가르쳐드리면 어머니는 '얘! 뭐가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니?' 그러셨습니다.
또 전업주부시라 노년의 쓸쓸함이 가을이라 더하신거 같더라고요.
저는 어머니한테 한글을 가르쳐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전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일흔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여느 젊은이 못지
않으셨습니다.

6개월이 지나자 어머니는 손자,손녀 누나 형들한테 문자를 보내시더라고요.
그러면 형과 누나들이 '세상에! 이런일이 다 있냐고..'
그것에 힘입어 어머니가 동네 문구점에 가셔서 핑크빛 편지지를 사오셨어요.
제가 어머니한테 뭐 하시려고 그러시냐고 여쭈니까 손주들하고 애들한테
편지 보내려고 하신다고 하셨어요.
저는 어머니를 보고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일흔이라는 연세에도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시려고 하시고 일을 찾아 하시는걸 보면 저는 어머니보다 열정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머니처럼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오늘 어머니한테 편지가 왔는데 뜻밖에 손주들의 편지였습니다.
어머니는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어머니를 보며 깨달은 게 있습니다.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속의 평범함속에 있는 거라고.
그건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거라고..
어머니! 너무나 사랑합니다. 제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늘 건강하시고요.

왁스 - 엄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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