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가 장수하길~~~
김은경
2018.10.24
조회 114
시댁에서 키우는 백구가 있습니다.
동네에서 누가 그냥 주더라고 젖도 채 떼지 않았을 때부터 키운 녀석입니다.
하얀 털에 주둥이가 조금 삐죽한 것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신랑과 저는 시어머니께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여름에 팔지 말고 그냥 기르세요."
라고요.
시부모님께 개는 그저 푼돈 장만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르는 동안은 정성스레 정육점에서 뼈를 얻어 밥과 끓여 먹이셨어요.
매일 산책도 시키시고, 똑똑하다고, 말을 잘 듣는다고 예뻐하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추석에 내려가면
"여름에 팔아버렸다." 하셨습니다.
텅빈 개집을 보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매번 신신당부를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백구만은 시댁에 들어온 지 벌써 두 해째가 되어 갑니다.
백구는 나날이 영리해지고 있습니다.
한 번도 앉아, 기다려 같은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앉아" 몇 번 하면 눈치껏 앉습니다.
"기다려" 하지 않아도 음식에 덤비지 않고요.
일 년에 서너 번 내려가는 저희들도 목소리만 듣고도 반갑게 알아봅니다.
이제 백구는 시부모님께도 가족같은 느낌이 드나 봅니다.
시어머님 생신을 맞아 며칠 전 내려갔는데요.
저희는 마당에 숯불 피워서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아버님께서 백구를 데려 오셨더라고요.
신이 난 백구는 한동안 근방을 탐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스모스 냄새를 맡던 백구가 펄쩍 뛰더니 마당을 뒹굴면서 코를 땅에 문지르더라고요.
제가 놀라서 신랑에게
"어머나! 백구 벌에 쏘였나봐!"
했더니 신랑이 놀라서 백구를 들여다 봤습니다.
정확히 코에 벌침이 꽂혀 있었고, 얼른 침을 빼주자 백구도 진정이 되었습니다.
벌침 맞고 펄찍 뛰는 모습에 저희도 깜짝 놀랐거든요.
이렇게 백구가 저희들이랑 한 가족처럼 있으니 마음이 참 좋습니다.
백구야, 오래오래 살자~~~
이적의 '하늘을 날다'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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