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 (6) 아프가니스탄
홍경석
2009.04.03
조회 43

일찍이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를 발표했다.
당시는 조선이 일제에 강점되었던 시기였기에
아마도 이러한 울분의 시가 나왔으리라 여겨진다.

여하튼 그처럼 빼앗겼던 조선의 산하에도 결국 봄은 왔다.
하여 풍년을 이뤄냈고 오늘날과 같은 경제선진국으로까지도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타이틀 그대로 아예 봄을 ‘잃은’ 메마르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같은 나라에선 다시금 부흥(復興)의 봄을 맞을 수 있을까?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겨냥한 자살테러를 벌이자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빈 라덴에게 근거지를 제공해 온 아프간을 공격한다.

이후 아프간에는 친미정권이 들어섰다.
그렇지만 아프간의 내전과 치안의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정권의 손길이 미치지 못 하는 아프간 내
막강한 지방 군벌(軍閥)들은 중세시대의 봉건영주처럼
일정 지역 안에 똬리를 틀고 절대권력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한 치라도 관할 영역을 넓히고자 걸핏하면 싸우기 일쑤다.
이로 말미암아 아프간엔 정도와 상식은 사라지고
말단공무원에서부터 비리와 뇌물 등의 비상식이 춤을 추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아프간에는 오랜 전쟁이 불러온 결과로 인해 손목이 잘린 이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농경사회인 아프간의 현실에서 손목이나 발목을 잃는다는 건
곧바로 생활의 능력까지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는 중차대한 비극이다.

지뢰문제는 더 심각하다.
무려 800만 개에 육박하는 지뢰가 아프간의 땅 속에 묻혀있음으로 하여
지금도 ‘재수가 없으면’ 그 지뢰에 인명이 살상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탈레반은 5년이라는 짧은 통치기간 중 아프간 여성들에게
다시금 부르카를 씌우고 이슬람 율법에 기초한 강압정치를 구가했다.
그 결과 아프간의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죄 쫓겨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이 물러나고 나서 맞은 아프간의 오늘날은
더욱 피폐하고 스산한 빈국(貧國)의 거칠고 메마른 땅이 되고 말았다.
오후 6시만 되면 거리엔 인적이 끊기고 가로등도 없으며 툭하면 정전이 되는 나라.

외국인들이 묵는 호텔조차도 사설 경비원들이 그 안팎을 경계치 아니 하면
도무지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나라의 현주소가 바로 아프간이다.

어찌 보면 아프간은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의
저자(김재명) 지적처럼 전쟁의 신으로부터도 저주받은 땅이긴 하다.

그렇긴 하더라도 한반도 면적의 3배나 되는 땅에서 늘 그렇게
외세와 내전으로 피폐지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현실은 결집된 민심과
통일된 국력, 그리고 불세출의 지도자가 그 얼마나
목 마르고 애타는 화두의 그리움인지를 여실하게 느껴지는 교훈으로 다가오게 한다.

봄을 잃어 춘래불사춘의 나날인 우울하기 짝이 없는 메마른 땅
아프간에 진정한 봄의 도래는 과연 언제가 되어야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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