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소연
2009.04.12
조회 41
지난 2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4개월간의 투병 끝에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아버지와 서먹한 관계였고 병원에서 고생하신 것을 본 지라
'그래 , 이제 편안한 세상에 잘 가신거야.'하고 스스로 위로하며 보내드렸습니다. 물론 가슴이 아팠지만 왠지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생각하며
오히려 더 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장 일로 정신없이 지내던 3월 중순 금요일 조카가 전화를 했습

니다.할머니가 배가 아파 응급실에 가셨다고. 엄마는 주중에는 언니네 집

에 계시며 언니의 세 딸을 보살펴 주고 계셨습니다. 많이 힘드셨구나, 그

래서 위경련이 나신 걸거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언니도

있고 해서 전 주말에 엄마를 보러 가야지 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사태가 너무 심각하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금요일에도 저에

게 문자를 보내던 엄마가 토요일에 갑자기 병원에서 '담도성 폐혈증'이

라는 진단을 받으신 겁니다. 2,3일내 사망률이 80%라고 하는겁니다.

하늘이 노래지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긴급 수술이 들어가고 엄마

는 갑자기 눈까지 노란색으로 변하셨습니다. 이렇게 한순간에 변해버린

엄마를 본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언니와 저는 붙잡고 우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더군요. 게다가 혈소판 수치가 너무 내려가 가만히

있어도 혈관이 터지는 수준이라니!!! 뭐 이렇게 무서운 일이 다 있는지

그때부터 서울과 수원을 오가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

니 하루 두번 면회가 되어 저녁 면회 시간 놓치지 않으려고 가서는 20분

엄마 보고 그 다음에 중환자실 앞 의자에서 노숙을 하는 시간이 계속 되

었습니다. 어찌 될 지 모르니 보호자가 병원 근처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

새벽에 다시 서울 직장으로 오기를 한 달 ...

엄마, 살아나셨습니다. 호흡 곤란, 혈전, 그 이후로도 여러 크고 작은

시술을 하셨지만 이제 저희 곁으로 다시 오셨습니다.

고마워서 울고, 감사해서 울고, 행복해서 울었습니다.

엄마가 저희 곁을 떠난다는 생각,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더 잘해드리고 더 자주 찾아뵈려구요.

마침 엄마와 함께 보고 싶었던 연극을 보여주신다고 하셔서

두서 없는 글을 썼습니다. 다시 세상을 살게 된 엄마와 함께

손 꼭 잡고 연극을 보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길에 엄마와 맛있는 밥도 사먹구요.

감사합니다. 이소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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