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가는길 청아한 하늘빛에 따슨 햇살까지...
참 맑은 가을 하늘이 눈 안 가득이다.
방앗간에 다다르기도 전에 벌써 부터 고소한 내 가 등천을 한다.
하얀 거품이 인 따끈따끈한 참기름 두병을 건네 받았다.
물어 보지 않아도 방금 짜낸 것임을 의심 할리가 없다.
꼭, 시간 맞춰 온 것처럼 운수좋은 날이다.
뙈기밭에 매년 참깨 농사를 했다.
비닐이 나오지 않을 때 였으니 할머니께서는 맨 땅에다 씨를 뿌렸다.
파릇한 깨순이 싹트기 무섭게 사이를 비집은 잡초들이 진을 치듯 올라왔다.
그때 부터 할머니는 깨밭에 살다시피 하셨다.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은 긴 시간의 호미질에 지칠때면. 뿜어나오는
담배 연기 몇모금에 갖은 시름을 잊으셨다.
돌아서면 언제 김을 맸냐는 듯 이내 잡초는 시퍼렇게 기를쓰고
목을 빼올렸으니...
할머니의 일은 밑도끝도 없었다.
연보라 깨꽃이 피고 토독토독 참깨가 여물면 낫질한 밑둥치를
가지런히 묶고서, 해 잘 들고 비 안맞는 자리찾아 깻단을 세워 두셨다.
바짝 마른 꼬투리가 하나 둘씩 입을 열기 시작하면
깨털 준비에 여념이 없으셨다.
한 톨이라도 튀어 나갈세라 마당 한쪽 널직하게 자리를 까는
할머니의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깨를 터는데는 요령이 있다.
세게 때리면 안된다.
깻단을 돌려가며 빠지는 곳 없이 살살 두둘겨야 한다.
떨어진 꼬투리며 잡티를 골라내고 키질을 하면 비로소 깨털기는 끝이난다.
비가 잦은 해는 쭉정이가 많아 당연히 알갱이가 줄어들고, 차라리 가뭄이
든 해에 소출은 훨씬 많았다.
커다란 항아리에 콩이며 수수들과 함께 올망졸망 보관해 뒀다가
그때그때 꺼내 참기름을 짜고 깨소금을 만드는일에 할머니는
그리도 흐뭇해 하셨다.
골 깊은 주름 겹겹이 묻어난 고단한 삶을 삭혀 가시던 할머니 모습,
저만치서 보얗게 다가온다.
이진관의 인생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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