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험 중
내 생애 이렇게
분주하고 절박했던 아침이 있었던가
우리집에도 초행길
수능시험보는 첫째 딸아이가 있었다.
먹여야 할 것과 싸줘야 할 것으로
주방은 분주하고
떡이며 엿이며 초콜렛 쌓인 거실은
격려의 선물로 분주하고
한번쯤 지나가야 하는
딸아이는 다짐으로 분주하고
온 나라가 축제아닌 축제인 양
엊저녁부터 시끄러웠는데
또 다시 이 아침
깨어나지 못한 꿈속인 체
호롱불 챙기는 마음이 더 숨이찼다.
이제 모든 공장을 풀 가동하여
쌀알 같은 지식들을
돌돌돌 쏟아놓아야 하는 때
아이는 문득 부모님께
큰절을 올려야 한다나
개나리 봇짐지고
과거 보러가는 선비마냥
물 때 마르지 않은 자태로 다소곳이 절을 한다.
가슴이 뭉클하며
양말도 신지 못한 발등 위로
와르르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어느새 이렇게 자랐나
항상 머리핀만 챙길 줄 아는 네가 아니었구나
머리에 꽂힌 검은 핀이
유난히도 성숙해 보였던 아침,
바람과 꽃이 줄줄 새어나오는 아이를
대나무 숲인 양 꽉 껴안고 격려와 사랑의 온기를 나누었다.
시험 중인 지금은
온 나라가 시험을 보는듯
천지가 고요한 오후
너를 안았던 내 가슴엔 여전히
사과술 같은 발그레한 기도만 되풀이된다.
< 오래전에 소중했던 순간을..글로 ..일기장에 써놓았던 것을 올립니다.
우리집에서 처음 수능 본 딸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날의 아침을 생각하면
저는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수능날 아침
절을 하고 가는 딸아이의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찡해져 와 눈물을 흘렸던,
오래도록 감동으로 남아있는,
제 생애 가장 아름답고 멋진 장면중의 하나로 각인되는,
그래서 오래전 이야기지만 이렇게
여기에 쏟아놓고 싶어 사연을 올립니다.
매 해 수능날이 되면 저는 아직도 가슴이 울컥한답니다.
참고로 우리 아이는 지금 30살이고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라디오에 글을 올려봅니다.
신청곡은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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