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그 노래..
고둘선
2018.11.24
조회 137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가던 가을이 자연의 순리 앞에 고개를 숙이고 새 하얀
눈이 아름다운 겨울입니다.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출장 근무 중인 남편이
첫 눈과 함께 왔습니다.
간단한 옷가지와 필요한 약품을 가지고 새벽 녁 다시 현장으로 출발한
남편의 차가 동네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 본 후
집으로 들어오는데, 현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업화 한켤레가 눈에
띄었습니다.
허름한 운동화 옆에 놓여 있는 그 작업화는 뒷굽이 다 닳아 없어진지
오래였고. 너덜너덜한 상태에서 발을 보호해 주는 철심마저 툭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의 일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험한 일이다 보니 작업화인들
당연히 성할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슴 한 쪽이 시려오는 건
아마도 22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건설 현장에서의 27년. 남편도 그
안전사고를 비켜 가지는 못했습니다. 긴 투병생활 끝에 몇년 전.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남편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무거운 삶의
무게를 내려 놓지도 못했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이름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휴유장애를 안고 힘든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은 어쩌다 기울이는
소주 한 잔, 노래 한 가락에 인생의 설움, 아픔을 묻어 버렸습니다.
그리곤 다음 날 새벽 같이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듯 묵묵히 현장으로
출근을 하는데요.
남편의 그 노래는 살아생전 시아버님께서 막걸리 한 잔에 즐겨 부르시던
아빠의 청춘 노래였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팔남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야 했기에 아버님
또한 쉽지 않은 인생 길이었습니다. 그 노래를 듣고 자란 남편이 아버님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같아 더욱더 마음이 아파옵니다.
오기택님의 노래 아빠의 청춘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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