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0원의 행복
조성욱
2018.11.20
조회 111

**신청곡 : 우리 6살 아들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비의 "최고의 선물" 들려주세요.

6살 우진이의 중이염이 심해지는 듯하여 동네 의원에 들러 진료를 받고,
진료 받은 날에는 어김없이 들러주는 동네 할인마트에 쇼핑을 갔더랬죠.

이런!!! 우진이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새빨간 딸기가 어마무시한
가격표를 떡하니 붙이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비싸서 안된다는 제 말을 무시하고 딸기 앞에서 망부석인양 서있는 아들녀석.
어쩔 수 없이 그날의 세일 중인 제일 저렴한 8,900원짜리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 딸기 한 팩을 사들고 집에 왔죠.

저녁준비하고 식사하는 내내 딸기, 딸기를 외치는 우진이때문에 식사 중인
남편을 식탁에 홀로 남겨두고 딸기를 씻는데 그 새를 못찾고 옆에 서서
얼른 씻으라며 식초도 꺼내주고, 씻는걸 지켜보던 아들이 한 마디를 합니다.

"엄마, 냄새가 너무 좋아, 못 참겠어, 제일 예쁜거 하나 먼저 먹으면 안돼?"
두 눈을 깜빡이며 온갖 애교 눈빛을 발사하는 아들을 향해

"우진아, 아빠가 힘들게 일해서 벌어온 돈으로 산 딸기니까 제일 좋은 건
아빠 먼저 드릴까? 그리고 우진이는 두번째로 좋은 걸 먹어~~"
했더니 우진이가 " 그럼, 엄마는 몇 번째 먹어?" 하고 묻네요.

"응, 엄마는 세번째 좋은거 먹을께..." 했더니 우진이가 다시
"엄마, 내가 세번째 먹을께, 엄마가 두번째 먹어" 이러더라구요.

순간 엄청난 감동이 밀려왔고, 못 이기는 척 그 딸기를 받아먹었죠.
아빠와 엄마 입으로 딸기를 배달한 아들 녀석은 나머지 접시를 몽땅 들고
거실로 가 엄청 오버해가며 맛있다 소리내며 아빠와 나머지 딸기를 먹었어요.

"엄마, 딸기가 9개 남았어, 빨리와서 먹어."
"응, 엄마 설겆이 중이니까 우진이 먹어, 엄만 안 먹어도 돼."

그랬더니 잠시 후 "엄마, 딸기 3개 남았어, 어서 와."

"우진이 먹어. 엄마 괜찮아." 그러고는 한참있다 거실로 가니
접시에 딸기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네요.

"엄마꺼야, 내가 꾹 참고 남겨놨어, 엄마 먹어."

이러네요........ㅎㅎㅎㅎ..어찌나 행복하던지.....6살 아들이 남겨준 딸기하나
입에 넣고 남편보다 나은 아들이라며 아들을 꼭 안아줬답니다.

세일 중인 8,900원짜리 딸기 한 팩이 삶에 찌들은 제 생활 속에 엄청난
에너지를 선물해주었답니다.
이럴줄알았으면 좀 더 좋은 딸기를 사줄걸 그랬어요..ㅎㅎ

신청곡 : 우리 6살 아들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비의 "최고의 선물" 들려주세요.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