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단발머리>에 대한 추억
홍해영
2009.06.08
조회 21
한창 예민한 사춘기 때 부터 한 동네에 살면서
함께 기억들을 지니고 있다가 훌쩍 결혼해서 떠나 버린 사람 뒤로 들리는 확인되지 않은 몇몇 소문들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고 그동안의 기억의 창고를 말끔히 지워버린 후
저도 덩달아 결혼을 해 버린 지 어언 삼십 년이 되어 가네요.

지난 세월 동안 한번도 보고 싶단 생각이 안들었던 것도 그만큼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 옛날 기준으로 보더라도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을 싯점에 내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이 있습니다.
그동안 외국에 나가서 사느라 늘 긴장하고 살다가 한국에 일이 있어 들어왔다며 지인들을 통해 저를 찾았던 거지요.

우린 거의 삼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고
그는 오해라며 내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너무 가진 게 없어서 못해 준 게 너무 많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을 뿐이고 이태껏 살면서 양심에 꺼리는 일은 하지 않고 살았노라고, 누구에게 무슨 이야길 들었는지 모르지만 오해가 있었으면 아마 세월이 치료했겠지만 다시 한번 오해를 풀라고,

그 말을 듣는 동시에 왜 일부러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지,
그는 이국에 나가 있는 동안 힘들 때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졌고 그럴 때면 제 생각을 많이 했었나 봅니다.
난 다 잊어버린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려 이야기할 때 내 가슴이 찡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들었던 음악 중엔 당시 유행이었던 조용필의 <단발머리>
우리 둘 다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기타를 치면서 함께 불렀던 노래들도 참 많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추억의 다리를 다시 이을 수 있다니.....

그는 다시 그의 집이 있는 뉴질랜드로 돌아갑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마음 속에서 지워버린다는 것,
내가 살았던 과거의 한 때를 기억 속에서 부러 지워버린 다는 것,
참 무서운 일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억을 되찾아 준 그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 기약이 없지만 그 곳에 돌아가면 더욱 건강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당당하게 살 수 있기를.... 이제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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