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와 아버지
황원숙
2009.06.23
조회 55
방안 가득한 새벽의 어둠을 울리는 전화벨소리....
"뉘냐...!"
쩌렁하게 울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지리산 밑 섬진강변 전라남도 광양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부터
산넘고 물건너 날아온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마흔을 훌쩍 넘겨버린
손녀에게도 아직 "아가....."라고 부르시는 다정함이 묻어있습니다.
올해 수확한 매실을 보냈다고
오늘 도착하면 "칼칼히...."씻어서
매실주 담가 느그 아버지 주라하십니다.
"네 그럴께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잘먹을께요." 하고 내려놓은 수화기 위로
눈물이 떨어져 흐릅니다
할아버지가 올려주신 매실...
그 항기로운 매실로 술을 담가도 이제는 맛있게 드셔줄 울 아버지,,,
당신의 아들이 이 세상에 없다는걸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스무살에 낳은 첫아들이, 나이 칠십세 되는 해 2월5일
갑작스런 위암 말기 확진을 받고 두달여간 투병하시다
지난 4월11일 오전, 힘들고 고단했던 이 세상 여행을 마치고
이제는 저 세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신데...
내가 이렇게 먼저 가게되어 불효한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부모님 계시는 고향 선산으로 가시지 못하고
대전 현충원에 묻히신 울 아버지....
시골에서 땅팔고 암소팔아 대학공부 가르친 큰아들..
대한민국 ROTC 1기 대한민국 육군중령으로 제대하신 그 아들은
할아버지께는 영광이었고,
우리에게는 언제나 자랑이었고,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이제는 눈 마주치고 웃으며 악수도 할수없고
"조심해.." "잘가..." "고마워 큰딸..."이라는
말씀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남겨진 자식의
가슴에 멍이들고 있지만 "
"아들의 부재"를 모르시는 할아버지는 아직도
"니 애비가 핸드폰을 안받는다."시며 걱정하시고
당신 아들 매실주 담가주라며 직접 수확하신
향기로운 초록 매실을 보내십니다.
이제는 "육군 중령 황기운"이라는 비문으로만 남은 아버지의 근황을
어찌 말씀드려야 할까요.....
할아버지...
보내주신 매실...
맛있고 향기로운 술로 익혀서
아버지 생신때 현충원 비석 주변에 뿌려드릴께요.
할아버지의 사랑을 아버지가 느끼실수 있으실 거예요.
마흔하고도 세해를 더 살고
남편이 있고 커가는 아이들이 있는 주부이지만
아버지가 이렇게 크게 가슴에 자리하고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아버지 가신 자리가 이렇게 크게 구멍나서 비오면 비 오는대로
바람이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너무나 아픕니다.
초록 매실을 설탕에 재워 술을 부어 담가놓고
할아버지를 뵈러 가야겠습니다.
가서 말없이 손 잡아드리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따뜻한 진지 지어드리고.....
오라오는 길에 대전 현충원에 들러
아버지도 뵙고 와야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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