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그저 웃어라....
권미성
2009.07.07
조회 23

저희 어머니는 엄청 씩씩하고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해서 어머니주변엔 늘상 사람이 모였지요.
소녀적에도 동네 친구들이 밤이되면 고구마감자등을 삶아가지고 엄마의 방으로 모여들었고 엄마는 친구들이 모여앉으면 특유의 입담으로 친구들을 웃겨주었다고 말씀하셨댔습니다.아무렴요...
딸다섯에 아들하나를 두셨던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우리들을 정말 많이도 웃겨주셨습니다.
아버지역시 살아계셨을때엔 두분방에서 매일저녁 아버지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나왔댔습니다.
아버지가 먼일인지 의기소침해서 안색이 안좋으면 동네사람들흉내를 낸다던지 기발한 입담으로 아버지기분을 풀어드리곤 하셨죠.
이런 엄마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저희 여섯남매는 잘웃고 남들로부터 되게 웃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유머감각도 물려받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을때 어느날 이렇게 여쭤본적이 있습니다.
돌이켜서 살아온 날을 조망해보면 어떤일들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냐고.
내나이 몇살때는 벌인 일이 잘되서 돈은 엄청 벌어서 폼나게 살았고 언제는 남 보증 서줬다가 집 날려서 고생 엄청했단다...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기집애적에 말야~ 아주 극성스러웠거든.
댕기머리에 치마저고리차림으로 나무에 올라가서 열매를 따서 던지면 나무아래에서 또래 친구들이 치마 폭을 벌려 받으며 까르르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보이는듯 선명해.
그리고 열일곱살에 고개 넘어사는 느이아버지와 얼굴 한번인가 두번인가 보고는 어른들말에 따라 그청년한테 시집간거야. 가서 한달인가 됬는데 고개하나 넘어에 있는 친정동생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어느날밤에 새신랑에게 졸랐지.
소녀였던 새색시엄마는 고무신을 양손에 쥐고 버선발로 깜깜한 밤길을 한달음에 내달려서는 친정엄마도 보고 호롱불에 비친 개구장이동생들의 잠든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그길을 다시 돌아 걸어나왔답니다.
달빛이 은은히 비춰주는 고갯마루 고목나무옆에 서서 새색시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거무스름한 실루엣이 지금도 눈에 선히 보이는듯하다고 하셨습니다.

저야말로 이년전까지도 이런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얼굴에 홍조를 띠고 아스라한 눈빛으로 추억에 잠기던 어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고 낭랑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시원스런 웃음소리도.

사람좋아하고 남들 퍼주는거 좋아하신 아버지는 호인이란소린 들었지만 생활력이 그다지 강하지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여인들이 그랬듯이 어머니는 아버지를 제일먼저 챙기셨고 자식여섯을 열심히 키워내시고 경제적인 능력까지 발휘하여 잘먹이고 잘가르치셨죠.
어머니는 살아생전 늘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저 웃어라,웃어. 웃는거만큼 좋은게 없다더라.
아파도 웃으면서 아프고 기가막힌 일을 당하면 기가막혀서 웃고.
난 누가 갈쳐주지않아도 뭐든지보면 다 우스워죽겠어...아하하하하...
올림픽할 때 스케이트시합하느라 밀치고 달려나가는것도 우습구
동물의 왕국에서 커단 동물이 쥐땜에 도망다니는것도 우습구...안웃기냐?
근데 그건 참 가슴아프더라.
코끼리가 제새끼가 죽었는데 무리를 따라 떠나질못하고 죽은 새끼주변을 빙빙 도는거야.동물도 그러는데 하물며 사람이 되가지고 새끼두고 떠나는 사람들은 어찌된 거냐...
내가 왜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지 아냐?
저건 거짓이 없잖아. 다 진짜잖아. 솔직하고.
드라마 눈물콧물짜는거 다 거짓말이고 뉴스에서 정치인들 속이고 서로 싸우고 욕하는것도 보기싫고.
동물의 왕국은 사실이고 진짜라서 좋아...하하하...

막내딸인 저도 장대같은 두아들이 있고 어느새 마흔일곱해를 살았습니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셨고 스케이팅시합을 좋아하신 씩씩하고 웃겼던 어머니가 보고싶어지면 한번씩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럴땐 하늘을 바라다보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봅니다.
'엄마! 나 보고있지? 고마웠어! 정말 고마웠어! 엄마덕분에 웃으면서 씩씩하게 살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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