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꿰매며...
김은경
2018.12.31
조회 54
빨래를 개다보니 바지 단추 끼우는 부분이 너덜너덜 찢어졌더라고요.
날이 갈수록 배가 나와서 숨 꾸욱 참고 바지 단추를 채우곤 했거든요.
면바지라 잘 버티나보다 했는데, 바지가 못 견디고 찢어져버린 겁니다.
아끼던 바지라 속상한 것도 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뱃살에 어찌나 우울하던지요.
바지를 들고 망연자실한 저를 보고 남편이 무슨 일인가 싶어 바지를 살피더니
절대 끊어지지 않는 낚시용 실로 바지를 꿰매 주었어요.
갈색 바지에 빨간 실로 촘촘하게 꿰매더니
"우리 마누라..쯧쯧.."
그러면서 줘요.
뭐가 쯧쯧일까요?
새로 사 입지, 찢어진 바지 꿰매 입는다고 안쓰러워서 쯧쯧일까요?
바지가 찢어지도록 배가 나왔다고 쯧쯧일까요?
차마 묻지 못하고 꿰맨 부분을 만졌더니 아주 단단하게 잘 꿰맸더라고요.
살 찌는 것만 아니면 한 이년은 더 입겠어요.
먹고 즐거움을 얻을 것이냐, 안 먹고 멋을 얻을 것이냐...
그런데 안 먹는다고 멋을 얻는 것도 아닐 땐 어쩌죠?
아..자존감 얼른 회복해야겠어요.
승화님! 중년에게 힘을 주세요.

양희은의 '상록수'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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