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전태관 님을 기리며
이영욱
2018.12.31
조회 77
제가 대학을 마치고 시험을 준비하던 1990년 무렵부터
연수와 군복무를 마친 1999년 무렵까지 사이의 약 10년 동안 무척 좋아했던
2인조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드러머 전태관 님(향년 56세)이
지난 27일 신장암으로 끝내 세상을 달리하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메탈 밴드의 열혈 드러머들과 달리,
전태관 님은 무대를 관조하는 듯한 세련되고 점잖은 용모와 태도,
애써 악센트와 힘을 주지 않아도 곡의 리듬에 자연스레 실려 가는 듯한
편안하고 부드러운 타법의 드러밍을 선보였습니다.
전태관 님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저도 언젠가 드러밍 강습을 받아 보겠다는 로망으로 가슴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2016년에 부산으로 내려와 근무하면서
그 로망이 마침내 실현되기도 하였습니다.

전태관 님은 공연에서나, 비디오 클립 제작에서나, 앨범 재킷 촬영에서나,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할 때면 늘 잠자리 스타일의 것만 착용하는
한결같음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밴드의 공연에서 김종진(보컬, 기타) 님은
무대 뒤편의 전태관 님을 소개하거나 지칭할 때
흔히 ‘전태관 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그 인칭에서 두 사람의 깊은 우정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전태관 님의 부음을 뒤늦게 접하며,
저에게도 ‘군’이라 칭할 수 있는 막역지교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제3집에 수록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유재하 원곡)을 신청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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