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처삼촌
배정식
2019.01.19
조회 120
안녕하세요? 승화님
제 아내는 맏딸이라서 처가에 가면 아래로 처제 한 명, 그리고 처남이 두 명 있답니다. 그리고 장인, 장모님도 맏사위인 저에게 정말 잘 대해 준답니다.
하지만, 처가 식구중에 아내의 막내삼촌 즉 제게는 처삼촌이 한 분 계시는데요, 이 분은 평소에도 저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저의 천적인데요. 명절에 한번씩 처갓집에 갔다가 처삼촌만 만나면 저는 괜시리 겁부터 나는거 있죠.
왜냐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별명이 ‘술고래’인데요. 술만 드셨다하면, 인사불성이 되어 버리는 정말 안 좋은 버릇이 있답니다.
그런데 술이 취하면 그냥 곤히 잠이나 주무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저를 비롯한 처제의 남편인 동서를 나란히 불러 놓고는 괜시리 트집을 잡으며 꾸중을 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없이 욕설에 멱살까지 잡으며 시비를 거는거 있죠.
그렇다고 명색히 처삼촌인데, 어떻게 붙어서 싸울 수도 없고...항상 그렇게 당하고만 있답니다.
그러면 장인, 장모님, 처남, 처제 등 처가식구들은 제게 대신 사과를 하며 미안해 하지만, 저로서는 명절이나 처갓집 대소사에 천적인 술고래 처삼촌 때문에 처갓집에 가기가 싫은거 있죠.
작년 설에도 막내 처삼촌은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한마디로 술이 엄청 취해 처갓집에 들어와서는 한밤중에 자는 사람을 모두 깨우고서는, 저를 부르더니, 새해가 밝았는데 세배를 안 한다며 고래고함을 질러대는게 아니겠어요.
너무나 화가난 장인어른이 처삼촌의 못된 버릇을 고쳐준답시고, 맨발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지게작대기로 들고와서는 처삼촌을 내리치더군요.
저러다가 자칫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 저는 얼른 말리려 나갔다가 그만 장인어른의 실수로 지게작대기로 등을 한대 맞았는데, 어찌나 아프든지 눈물이 핑 돌더군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등에 새빨갛게 피멍이 들어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내는 저의 등을 보고는 서러워서 울음을 터트리고 장인, 장모님은 제게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 하더군요.
물론 처삼촌은 그 상황을 이용하여 그 길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쳐 버렸지 뭡니까.
저는 옛 말에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이’ 하는 말이 왜 생겼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당해 봤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처갓집에 장인, 장모님 생신을 비롯해 무슨 대소사 행사가 있다고 참석하라고 하면, 괜시리 겁부터 나는거 있죠.
그리고 꼭 묻습니다. 막내 처삼촌이 참석하는지요?
만약 참석한다고하면 저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참석 안하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영원히 보고싶지 않은 천적이랍니다.
제발이지 올 설에도 술고래 불청객인 처삼촌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청곡 : 삼촌 - 아이유, 마주치자 말자 - 장혜진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