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서첨 맞이하는 추석은 실력없는 며느리에게 매우 부담되는 날였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다숩고 유순한 분이시라면 다르겟지만 어머니는 조금 성격이 급하셔서 조금이라도실수를 한다면 용납을쉬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니 이게 지금 밥이라고 한 거냐? 너는 도대체가 친정에서..
'
라고말을 하시려다가 시아버지가 큼큼 거리시는것을 보면서얼른 그만두셨던분이셨지요
아무것도 준비된 것 없이 덜렁 시집이라는 것을 오면 될 줄 알았던 이 어리석음이 못내 아쉽기도 했지만 어떡합니까
이미 시집에 와버렸는 걸요
추석을 준비해서 친정어머니께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자문을 구했어도 떨리는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시어머니 시키는대로요령껏 해야겠다 하면서 전을 부치면서 떡을 찌면서 고깃국을끓이면서 또 송편을 빚으면서 애를 썻건만
역시나.
실수 투성이 였습니다
"이런 쯧쯧쯧"
"아니 이게 지금..?"
하시면서 여전히 못마땅해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대시는 어머니 앞에서 저는 눈물을 꾹꾹삼켰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버님께서
"이것봐~ 마누라~ 혹 밀가루 떨어지지 않았나?
혹 정구지(경사도 사투리로 부추를 정구지라고하거든요)는 필요하지 않나?"
라고 하시는데
"어 진짜네?
이상하네?
여기 정구지 있었는데? 밀가루도 분명 여기 한봉지 큰 것으로 잇엇는데? 이상하네?
라고 하시는 어머니 뒤에서 아버님이 얼른
'거 없으면며느리 시키구려 내가같이 가줄테니까 나도 바깥 바람도좀 쐬고 싶고만"
하시니 어머니가 마지 못해 얼른 갔다오너라
하시니 저는 아버님의 뒤를따라 시장에 가게 됐지요
얼른 밀가루와 부추를 사갖고 가려는데
애야 며늘아 여기 잠깐만 있어보거라 하시면서
성큼 성큼 달려가시는게 바로 패스트 푸드 점였습니다
갓 뽑아냈는지 커피향이 진짜 좋게 풍겨나는 원두커피 두잔을 들고 오셔선
"며늘아 늬들 차 안에다가 밀가루와 정구지를 감춰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디 니가 숨이라도 쉬겠느냐?
어머니 것이지만 어머니 것이 또 늬 것이 아니고 뭐겠느냐 내가 감춰뒀고 찾는 척을 했지
늬 어머니 알면 좀 서운해 하실런지 모르니 너만 알고 있거라^^'
아니 세상에
멀쩡한 밀가루와 부추를 차 속에다 감춰두시고 그것이 없으니까 며느리 시켜서 심부름으로 사오라하신 후에 저를 위하여 커피를 사주시던 우리 아버님
둘은 가만히 선 채로 커피를 홀짝 홀짝 마셨답니다 어머니 몰래 잠시 쉬어본 커피 브레이크!!!
정말 좋았어요
해마다 추석이 찾아오면 어머니 몰래 따뜻한 커피를 한모금씩 한모그씩 마시면서 아버님과 이야기 나누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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