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유년기에 부산에서 고랫등같던 집에 살다가 갑자기 망해서 달동네로 이사를 갔습니다.
게다가 빚더미에 올라 앉았기에 날마다 빚쟁이가 찾아오고,아버지는 서울로 피신을 해버린 상태였어요.또 어머니는 어제까지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림만 한 주부였기에 울기만 할뿐 생활력에는 무능한 분이었어요.
이런 집안 분위기로 추석 명절이 다가와도 다른 아이들같이 추석빔을 기대하거나 명절 선물을 바라는 기분은 감히 꿈도 꿀 수 없었지요.
그보다는 오히려 어머니가 조상님께 차릴 명절음식을 장만할 돈이 없어서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며, 가까운 친척이라도 오시면 도대체 무얼 대접하나 하는 아이같지 않은 걱정만 태산같았답니다.
그런데 추석 사흘 전에 시골에서 할머니가 도착하셨어요.할머니는 당신 손으로 들고 올 수 있는 최대한의 많은 꾸러미를 가지고 오셨더군요.
우선 당신이 시골집에서 직접 기른 닭을 두 마리 잡아오셨어요.시골닭의 쫄깃쫄깃한 맛을 아시는지요? 작은오빠와 저는 간과 모래주머니를 서로 먹겠다고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또 밭에서 거둔 콩을 볶아 빻은 가루로 떡도 만들어 오시고,지붕 위의 박을 타서 박 속으로 조청에 졸인 박우거리 정과 등등....
할머니는 그때 우리 삼남매에게 산타할머니 역할을 했어요.걱정만 하던 어머니도 시어머니가 갖고오신 닭으로 탕을 끓이고, 고기는 볶아서 친척들 상에 대접하기도 하고,떡과 박우거리 정과를 먹는 육촌오빠들은 가난하다더니, 자기네집보다 맛난 별미 준다며 좋아라 했지요.
아버지가 사업 파산하시는 바람에 졸지에 굶게 된 우리들에게 시골에서 머슴 데리고 농사를 돌보시던 할머니가, 당신 손주들 굶지 말라고 쌀부터 온갖 잡곡이나 양념에 이르기까지 부쳐주시는 바람에 그 험난한 시절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명절 또한 닭과 떡, 정과 등 온갖 음식을 준비해오시는 바람에 그해 추석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답니다.
이제는 제가 중년이 되었고, 그렇게 산타클로스같던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오는데,그때 할머니가 가져오신 추석 먹거리는 그 어느 선물보다 잊지 못할 귀한 것이었지요.할머니, 그 정성과 솜씨가 그립습니다.
이런 이벤트로 예전의 행복했던 추억을 되살려 주신 유가속 여러분 고맙습니다.
신청곡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어머니와 고등어-산울림
인생-인순이
엄마의 일기-왁스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김광석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유심초
그대 먼 곳에-마음과 마음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