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그래도 아기는 두고내리지 않았잖아요.
김혜경
2009.09.14
조회 30
삼십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도 그때 그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나네요.
결혼해서 이듬해 추석이 되었습니다.
동서형님댁에서 차례를 지낸뒤 우린 일산에 있는 시어머님께
성묘를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미리 다녀오기도 하고 추석날이면 여행도 떠나기도 하지만
그때만해도 고지식하게 꼭 그날 성묘를 가곤 했습니다.

성묘길은 이삿짐을 방불케하는 음식 보따리로 각자 맡은 음식
보따리를 나눠 들어야했습니다.
차렛상에 놓여진 음식 그대로를 모두 챙겼으니 얼마나 많았겠어요?
승용차도 없이 버스를 타고 또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했습니다.
그당시 저는 임신 8개월의 배불뚝이 몸이었고 그래도 그 많은
짐의 일부분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버스안은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탔던지...
그들 또한 음식보따리에 돗자리를 들고 탄걸보면 성묘가는
길이었나봅니다.
몸은 여기 물건은 저만치...
뱃속에서 아이는 불편하다고 발로 발길질을하고...
정말 힘든 성묘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기차로 갈아탔습니다.
기차안 역시 발디딜틈조차 없이 만원이었는데 어느분의 배려로
임산부인 저는 혜택을 받아 편히 앉아갈 수 있었지요.
많이 힘들었던지 제가 그만 깊은 잠에 푹 빠져있었나 봅니다.
"자기야~ 다 왔어 내릴 준비해야지. 정신차려~"
그이의 말에 눈을 떠보니 기차 차창밖으로 코스모스가 화려하게
보였습니다.
허겁지겁 사람들을 비집고 기차를 내려 한시간 가량을 걸어 시어머님
계신 산소를 향했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아무도 몰랐습니다.
저 또한 한숨자고 난 턱에 몸이 편한줄 알았을뿐...

산중턱에 자리잡은 어머님묘에 도착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음식을 하나하나 꺼내 차리기 시작했지요.
"자기야~ 밥하고 산적하고 나물 놓게 이리줘~"
"으~응? 아?? 어딨지?? 아이쿠~ 큰일났다. 어쩌지?
기차안에 두고 안갖고 내렸나봐..."
시집와서 처음 맞는 어머님 성묘에 이런 큰 실수를 하다니...
그것도 어려운 시아주버님과 동서형님앞에서...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우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시던 아주버님의 손길을 지금도 잊을수
없습니다.
"재수씨~ 울지마세요. 그래도 뱃속에 아기는 두고내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올해는 어머니도 이해하실 거에요. 손주를
데리고 왔으니까요."
우린 밥과 산적과 나물이 빠진 이상한 그림같은 음식들을 놓고
성묘를 해야했지요.

시집와서 잊을수 없었던 추석날의 일~
지금은 고인이 되신 너그러운 시아주버님이 그리운 한가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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