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에서
이은희
2009.09.17
조회 30
매년 추석때면 언니와 전 떡 방앗간을 들렀습니다.
친할머님이 햅쌀을 준비해 놓으셨다가 깨끗이 씻어 하루 불려서 새로 산 큰 다리이에 담아
주셨죠. 추석때 오는 손님들을 위해 할머님은 가래떡을 양동이 가득할 정도로 만드셨습니다. 그 가래떡은 모든 이들의 입안에서 살살 녹아 내려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맛이 있엇습니다. 왜냐면 금방 떡 방앗간에서 쪄 왔죠. 거기다 햅쌀이죠. 간이 삼삼하게 배어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여러 개 집어 먹을 수 있는 떡이었으니까요.
언니와 전 큰 다라이를 하나씩 머리에 이고 방앗간의 그 긴줄을 서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추석때 오는 친지들이 많기 때문에 햅쌀의 양도 다른집의 세배나 되었습니다.
추석 전날의 방앗간은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50명이 넘는 그 긴줄의 끝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 건 오만 가지의 소리들을 잠자코 듣고 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좀 시끄럽습니까?
세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우리차례가 왔습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쌀이 몇 대고, 가래떡을 할 거라고 말하고 우리가 갖고 온 햅쌀이 방앗간 다라이로 옮겨 지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화장실이 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세시간을 꼼짝없이 서 있었기에 저도 언니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언니는 그 길로 볼일을 보러 어느 국수집에 들어 갔습니다.
아주머님께 사정을 얘기 하고 볼일을 보고 나니 갑자기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언니와 난 방앗간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않고 국수 집에서 국수를 한 그릇 시켜 나눠 먹었습니다. 그래도 배는 욕구 충족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장통으로 나아가 순대,튀김,딘술등을 신나게 사먹었습니다.
예쁘게 진열된 추석빔과, 꽃신, 머리장신 핀등을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것 뿐이던가요? 가게마다 정말 멋지게 차려놓은 음식들은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빠뜨리고 있다가 한참만에 방앗간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뿔사 그 방앗간을 보고 나서야 우리가 떡을 맡겼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마주보고 “어머, 떡,떡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방앗간 안으로 들어 갔고, 그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한 양동이를 발견했습니다. 주인이 없다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는 양동이의 떡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떡의 4분의 1도 안되는 양이 들어 있었고, 우리가 가져온 새 다리이는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해도 방앗간의 일하는 총각은 남아 있는 양동이는 이것밖에 없다며 알아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다리이를 찾아 달라고 주저 앉아 엉엉 울었고, 방앗간의 사람들은 우리모두를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구경했습니다.
우리의 다라이는 누군가가 슬쩍 바꿔치기 해 간 것이었습니다.
총각은 우리보고 왜 이런 날 자기네 떡통을 지키지 않고 어디 갔었냐며 다 우리들 잘못이라며 방앗간에서 시끄럽게 소란 피우는 우리를 내 쫓듯 하였습니다.
저와 언니는 앞이 캄캄 했습니다. 할머니의 화난 얼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아니나 다를까“왜 이리 늦게 온 것이여? 다 떡 기다리고 있잖여! 무겁지? 이리 내려놔 봐”
저와 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할머니께서 “아니 이간 우리 다라이가 아닌데,
에그머니나...양이 이게 뭐야? 색깔은 또 왜 이래? 에그 이것들 떡하나도 제대로 못 지키고 뭣들 한거여? 이 년들...떡 바꿔치기 당한 것이여? ”
언니와 전 욕을 한 바가지 듣고 저녁밥도 못 얻어 먹었습니다.
추석 날 용돈도 못 받았습니다. 정말 우리떡은 누가 들고 갔는지 아직도 그게 궁금합니다. 추석때면 생각나는 가래떡...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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