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외로움
김은경
2019.02.18
조회 146
늦은 밤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가끔 힘들 때면 가족들 잠든 시간에 전화를 해오곤 해서 '덜컥'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언니, 엄마가 외롭다고 우셔."
그 말에 걱정했던 것보단 낫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엄마의 외로움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들르고, 동생들도 수시로 드나들고, 교회 다니시랴, 걷기 교실 가시랴 외로울 틈도 없어 보이는데 동생 마음 아프게 눈물을 보이셨다니 말입니다.
"어떻게 하겠니. 안 외로운 사람이 어딨어? 자주 전화 드리자."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어요.
일찍 혼자 되신 어머니께서 홀로 지내신 지 벌써 30년째입니다.
그동안 혼자라 편하다고 하시기도 했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서 바쁘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셨어요.
가끔 '아들네 들어가서 살까' 하셨지만 이내 곧
"아니다. 며느리도 불편하고, 내가 불편해서 못 견딜거야."
이러시며 금방 손사레를 치시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시간이 갈수록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마음이 약해지시는가 봅니다.
입맛도 없다, 자꾸 깜박깜박한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움직여도 아프다...
늘 부정적인 말들이 어머니 입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 좋은 말만 하세요. 말이 씨가 된다잖아."
하고 듣기 싫은 내색을 하면 곧 입을 닫으시곤 했습니다.
잠못 이루고 어머니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외로움을 가벼이 여기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제 이기심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들어만 드렸어도, 따뜻하게 엄마의 외로움을 이해하려고 애쓴다는 모습만 보였어도 어머니께서 숨죽여 울지는 않으셨겠지요?
세상 사람 다 외롭다는 말이 무슨 위로가 될까요.
저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외로움을 가만히 안아 드려야겠습니다.
"엄마, 외롭지 않게 저희들이 늘 곁을 지킬게요."
어머니께 약속하는 마음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해 봅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나-유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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