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과식이 결국 배탈로...
이혜정
2009.09.17
조회 30
94년...당시 27살 나이에 미혼, 언제부터인가 친척집에 인사가면 올해는 시집 가야지~ 가 어른들 덕담으로 왔던 때라 올해는 그냥 집에만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고등학교때 짝꿍이었던 제일 친한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너 시골집 한번도 못가봤다고 그랬지? 이번에 같이 갈래?"

"어딘데?"

"경남 하동~ 오빠가 얼마전에 자가용 구입했다고 서비스 확실하게 할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 언니도 같이 가니까 우리 넷이 가면 딱 맞아"

학창시절 명절때만 되면 시골 할머니댁에 간다고 좋아했던 친구를 늘 부러워했던 내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걸려있었던가봅니다.

생각해주는 친구가 고맙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도 될것 같아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고 다음날 부푼 마음으로 그 말로만 듣던 농촌땅을 출발 9시간만에 밟을 수 있었습니다.

울퉁불퉁한 길, 벽돌담 사이에 자라는 잡초, 절대 현대식이 아닌 반 근대식 주택, 마루를 앞에놓고 길게 붙어있는 부엌, 큰방, 작은방 그리고 떨어져 있는 아랫방, 뒷간까지....

신기하기만 했죠. 처음엔 음식 만드는것도 서툴긴 하지만 재미있었고...
문제는 그다음부터 일어났습니다.

인심좋은 그곳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마다 맛을 보고 먹어야 했거든요.

입에 맞는지 간을 좀 보라면서 집어 주시고 따뜻할때 먹어야 맛있으니
또 먹어보라고 챙겨주시고, 요새 젊은 사람들 술도 잘한다던데 마실줄 알면 그것도 같이 하라면서...

긴 시간... 부엌 바닥에 앉아서 음식 만들면서 먹으면서 그렇게 조금씩 먹었던게 결국, 정상적인 식사량보다는 많은 과식을 한거죠.

점점 속이 거북해지고 가스가 차는 느낌.. 그래서 찾은 화장실이...
아뿔사.... 재래식이었습니다. 정말 말로만 듣던... 30촉 전구가 이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희미한 불빛, 깊이를 알수없는 그곳에선 결코 일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가스 배출만 했을뿐..

그렇게 참았던게 새벽녘엔 배앓이가 심해져서 어쩔수없이 친구와 친구오빠를 깨워 30분을 넘게 달려 응급실을 찾았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다시 돌아왔을땐 모두들 깨셔서 걱정의 눈빛으로 저를 보시며 괜찮냐고 하시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죄송해서 혼났습니다.

지금은 친구와 그때 일을 얘기하며 웃지만 전 정말 부끄러운 추억이 됐네요. 이젠 많이 늙으셨을 할머니 뵈러 올 추석엔 좋은모습으로 인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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