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9일, 친구와 함께 친구네 시골집으로 향했어요.
친구네 시골집은 부여에 있는데, 늙으신 어머니 혼자 집을 지키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서울로 옮겨오신 후 덩그러니 비어있었어요.
집 관리 겸 뒷마당에 무성한 머위를 뜯으러 간 거였지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화성휴게소에 들러 라면을 후루룩 먹고
커피 한 잔을 사서 바깥 휴게공간으로 나갔더니,
통기타를 둘러멘 가수분이 자선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몇 곡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는데,
가수분이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신청하세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노래제목을 적어 냈는데,
그 시간이 오전나절이어서 목이 좀 덜 풀렸더라도 양해해달라며
성의있게 신청곡을 불러주셨어요.
약간 감동하여 격하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더니,
가수분이 다가와 자기소개를 했는데요.
이름은 박호명이고, 자신이 양희은의 '참 좋다'란 곡을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좀 나누다 우리는 갈길을 재촉했는데,
그러고나선 그분 이름과 만드신 노래제목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서 '참 좋다'란 노래가 흘러나오자,
"아, 맞다! 휴게소에서 신청곡 받아주신 그분이 만든 곡이지!" 하고
그때의 기억이 또렷이 떠올랐어요. 목이 잠겨있을 시간에 성의있게
신청곡을 불러주신 박호명씨께 다시한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이 만드신 양희은의 '참 좋다'를 신청해 봅니다~
그때도 참 화창한-오후에는 따뜻하다 못해 더웠던-봄날이었는데,
봄날이 눈앞에 다가오니 일년전 추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참, 친구네 어머니는 설 전에 돌아가셨어요.ㅠㅠ
그리고 부여에 있는 친구네 집은 여전히 빈집으로 덩그러니 있다고 합니다.
북적북적하던 식구들이 사방으로 다 흩어져가고,
어떤 식구는 이미 이세상을 떠났는데, 빈집이 홀로.......
참 쓸쓸한 마음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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