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가지고 그래
홍재선
2019.03.17
조회 111
새학기하면 잊지 못할 일이 하나 있죠.
그때도 초등학교 3학년 새학기가 시작되었어요.
그때 반장이 좀 깐깐한 성격을 지닌 아이였습니다.
이상하게 예민한지 자꾸만 떠드는 아이에 제 이름을 적는 거 있죠.
전 떠들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날도 그 아이에게 눈을 뜨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중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볼 일이 있어 우리에게 자습하라는 말을 남겨
아이들 모두 교실에서 조용히 자기만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도 똑같았어요.
교과서를 펼쳐들고 공책에 필기를 하는 그때였습니다.
뒤에 있는 친구가 연필로 쿡쿡 찔러 절 부르더군요.
눈치를 살피다가 그 아이에게 작게 속삭였습니다.
"왜 그래. 날 부르고."
"아니 이걸 몰라서 말이야. 어떻게 풀면 좋아."
친구는 문제집을 저에게 주면서 어떻게 하면 쉽게 푸는지 알려달라고 했죠.
처음엔 모른 척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걸 알려주면 막대사탕을 사준다고 해서
머리를 쥐어짜며 친구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었어요.
물론 반장에게 들키지 않으려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이렇게 하면 돼. 알았지."
"뭐라고. 잘 안 들린다니까."
이 친구는 계속 저에게 묻더라고요.
노트에다가 설명을 해준다고 말을 해도 친구는 직접 말하라고
글씨에 적어 보여 주기 시작했죠.
할 수 없이 이 친구에게 알려주다가 모른다는 말만 계속 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고 말았습니다.
"야. 그것도 몰라. 몇 번이나 알려줘야 해."
그 순간 따가운 시선이 등 뒤에 느껴졌습니다.
역시 반장이 기다렸다는 듯 떠든 아이 밑에 제 이름을 적었어요.
그날은 저만 걸려 혼자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어요.
저보다 목소리도 높고 장난이 심한 친구들도 많은데 그 아이는 놔두고
나만 적으니까 그때 반장인 친구와도 많이 싸운 기억이 나요.
그때는 나만 괴롭히는 반장이 너무나 미웠죠.
신청곡: 영턱스클럽-얄미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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