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좀 들렀다 가지...바쁘냐? 바쁘면 시간날 때 오고.."
"응, 엄마, 요즘 시간이 없어서..다음에 갈게요."
이렇게 통화를 마쳤습니다.
3월은 학기초라 학생들 상담하랴, 업무처리하랴 바쁜 달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업이 끝나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친정에 갔어요.
잘 계신지 얼굴 뵙고 오려고 갔는데, 어머니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고소한 전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에요.
"엄마, 맛있는 냄새 나네."
"냄새가 너네 학교까지 갔냐?"
하시면서 웃으시며 하루종일 부친 파전을 보여주셨습니다.
마트에서 쪽파를 떨이로 사셨는데 어마어마한 양을 삼천 원에 샀다고 아이처럼 웃으세요.
쪽파 다듬는데 두 시간 걸렸고, 씻어서 오징어, 새우 넣고 부치는 데는 하루 종일 걸렸다고 하세요.
그래도 남은 쪽파는 데쳐서 무쳐주시겠다는 거에요.
부침개가 삼십장은 되는 것 같은데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그 많은 쪽파를 다듬는 엄마 모습을 생각하며 어머니 드실 두 장을 빼고 다 싸가지고 왔습니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한 장 한 장 데워 먹으려고요.
집을 나서기 전에 어머니께서 손에 쥐가 나셔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식들 먹일 생각에 일 겁내지 않고 종일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부스러기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으리라 다짐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이 봄에 저를 건강하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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