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5살, 14개월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39살 다둥이 엄마입니다.
아침밥을 챙겨 먹이고 첫째 아들 등교시키고, 곧장 둘째딸 유치원 등원시키고,
막내딸은 아침 설것이 하며 등에 엎혔더니 잠들어서 이제 막 이부자리에 뉘여놓았어요.
아침시간이 정신이 없이 지나가고 아이들이 머문 자리 정리하며 청소기 돌리고 바닥닦고
허리 좀 펴볼까 하면 대중없이 자고 일어나는 막내를 본격적으로 돌보와야 한답니다.
아침밥은 고사하고 빵한조각 제대로 못 먹고 아침때를 놓치면 또 막내 점심을
챙겨야하지요. 먹는것보단 흘리는게 많은 아이와 식사전쟁을 치루고 나면
학교 마치고 오는 첫째를 맞이하고 간식챙겨 먹여 숙제도 봐주고 학원 스케줄에 맞춰 차도 태워보내기도
하고 제가 데려다 주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면 또 둘째가 유치원에서 오는 시간이네요.
부랴부랴 유치원차 오는시간 맞춰 집에 오면 또 간식을 챙겨주고 곧장 막내를 안고 둘째를 위해 놀이터로
나가네요. 뛰어 놀기 좋아하는 5살 둘째가 조금 더 조금 더 놀고 싶다고 떼를 부리면
또 하염없이 한두시간을 놀이터에서 막내를 안고 기다리네요. 아침시간 못지 않게 정신이 없는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또 부랴부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스캔해서 남편용 반찬, 첫째둘째용 반찬, 유아식을 하고
있는 막내반찬을 따로 준비하기 시작해요. 찌개, 국, 나물반찬, 생선 이나 고기반찬을 매일 합니다.
짬짬이 막내 기저귀도 갈아야하고 아웅다웅 싸워대는 아이들 중재도 해가면서요.
첫째는 초등학생이라 혼자 밥을 먹지만 둘째 5살 딸은 아직까지는 제 손길이 필요해서
둘째와 막내를 제 양쪽에 앉혀놓고 번갈아가며 반찬도 올려주고 입에 넣어 주기도
하며 아이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또 2차 밥상을 셋팅.
사실 식사준비하며 음식 만들다보면 실상 만드는 사람은 입맛이 싹~달아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신도 없고 힘도 들고 아이들이 남긴 밥과 반찬 버리기 아까워 대충 그걸로 저녁을 때우기 일쑤네요.
남편은 끼니 잘 챙기라고 얘기해주지만 정말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구요.
식사끝나면 후식을 챙겨주고 저녁상 정리를 하고 주방불을 끄면 정말 깊은 한숨이 휴우~~~
이제 또 잠잘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네요. 하기 싫다며 징징거리는 아이를 달래고 조금 있다가 하고
싶다며 미루는 아이를 혼내며 양치를 시키고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는 아이들에게
구연동화같은 재미있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책을 읽어주고
드디어 잠자리로 들어가네요. 곧장 잠드는 아이들이 아니니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다보면 이제
한명두명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지요.
세아이를 재우고 나와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용한시간
밤10시쯤..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들으며 책도 읽구요. 올해 부터 시작한 영어문법책도 들여다보며
끄적거려보기도 하네요.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되돌아보고 내일 아이들 스케줄도 다시 점검하고
눈떠서 눈감을때까지 거의 아이들로 시작해서 아이들로 끝나는 제 일상.
제가 4남매중 둘째딸인데 어렸을때 시골에 피아노 학원이 한곳 있었어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께서
언니와 여동생만 피아노학원을 보내주고 저는 돈이 없다고 안보내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때부터
악보를보고 피아노치는 친구들이 너무 똑똑해보이고 멋있어보여서 항상 부러웠어요.
그래서 첫째가 한글 더듬더듬 읽던때부터 피아노학원을 보내고 싶어서 아들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피아노는 여자들이 하는거라며 너무 거부를해서 조금 크면 다시 이야기해봐야지 하고 기다렸다가
최근에 아들에게 넌지시 다시 물어보았지요.
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피아노 치는 남자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아냐며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악기는 하나 다룰줄 아는 남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니
저의 아들이 하는말이 " 그럼 엄마도 같이 배우자"라고 하네요.
네 너무 좋죠.. 같이 배우는거..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둬야할 어린아이들이 있는지라 제가 하고픈 것들을
다 하고 살기엔 녹록치가 않네요.그래서 제가 아들에게 이런저런 상황들을
이야기 했더니 갑자기" 엄마 예전에 준희(둘째딸) 뱃속에 있었을때 기타치고 노래 불러줬잖아"하네요.
맞아요. 제가 예전에 기타 소리가 너무 좋아서 잠깐 기타를 배우고싶어 중고로 기타를 사서 집에서 동영상을 보고
어설프게 몇번 기타를 쳐본적이 있었어요. 태교라며 큰아이 앞에 앉혀놓고 섬집아이를 치는데 다 틀리고 어설펐지만
음은 비슷하게 내니 아들이 박수쳐주고 좋아했었던 그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아들이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같이 못다니니까 기타를 치면 자기는 피아노학원을 다녀보겠다며 드디어
피아노를 배워보겠다고 하네요.
6년전 섬집아이를 마지막으로 출산과 육아를 반복하며 짐스러워진 기타며 악보집 다 정리해버리고
아무것도 없는데 아이와 약속을 하고 어떡게 하나 하고 있던 찰나에
박승화의 가요속으로를 듣고 있으니 은퇴한 남편에게 선물도 하고, 동창 밴드에 기부한다는 사연도 있어서
혹시 그럼 나도 될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이렇게 문 두드려 봅니다.
피아노가 저의 어릴적 로망이고 지금도 그렇지만 저보다는 아이가 먼저가 되버린 엄마가 된 지금
아들과 약속한 기타연주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악보도 볼줄 모르고 코드도 다 다시 연습해야되지만 아들이 도레미파솔 할때 저도 손에 물마를날 없어 뻣뻤해진 손가락
핸드크림도 발라가며 잘 관리해서 올해 크리스마스때는 캐롤송으로 가족들앞에서 연주한번 해보고 싶어요.
출산육아를 반복으로 10년간 엄마로만 살아 왔지만 마지막 30대 멋지게 저만의 악기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눈돌리는 곳마다 예쁜꽃들이 웃고 있는 요즘 세남매 키우며 저도 항상 웃고 살겠습니다.^^
신청곡은 왁스- 황혼의 문턱
마지막으로 4남매 키우느라 고생하신 저희 부모님과 8남매 키우시느라 애쓰시고 수고하신 저희 시부모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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