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18주년 기타선물
이미연
2019.04.28
조회 85
내일이 결혼18주년입니다.
강력계 형사인 남편은, 열다섯살에 언니따라간 교회에서 처음 본 기타를 치고
있던 오빠였습니다.
기타치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었는데,,결혼후 맞벌이에 아이 둘 낳고 키우며
사느라 정신없이 18년이란 세월이 지나왔습니다. 결혼할때부터 있던 기타는
이사하면서 버렸는지 어쨌는지 기억에도 없고...
작년부터 오빠가 기타를 다시 치고 싶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기타치던 오빠 옛날 모습이 생각나 흔쾌히 좋다고..배우러 다니라고
했습니다. 신나게 다니더군요. 레슨도 받고 동호회도 나가고....
형사의 직업상 퇴근도 일정하지 않은데 레슨에 동호회 모임까지.. 주말까지
나가면서 가정엔 소홀해졌고 저는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빠는 이제 어느정도 아이들 다 컸고, 좋아하는 취미생활 하겠다는데
왜 그것도 못하게 하냐며 그런 저를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오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닌데 왠지 저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일하고 아이들 키우며 십년 넘게 살다보니 서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감정
싸움이 힘들어 다툼을 피하며 살았는데,
동호회 모임날만 되면 저는 예민해졌고, 또 동호회에서 작은 연주회를 할라치면
모여 연습을 해야하고 ..그렇게 기타에 관련된 날만 되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또 동호회 모임날에 크게 다퉜습니다. 속에 있는 없는말 있는말까지
다 꺼집어내서 상처내기 바빴고 , 싸움이 격해서 오빠는 기어이 기타를 집어던졌
습니다.
저도 너무나 화가난 나머지 기타가 부서졌을테고 고장났을테고
설마 다시 사서 치러가진 않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만...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제 마음은 변하고,
기타를 새로 사다 줄까 싶기도하고, 먼저 화해를 할까 싶기도하고..

결혼기념을 맞이해서 오빠에게 기타를 다시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이 사연이 소개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오빠가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사연이 소개되어 선물을 받았다고 하면 오빠 마음도 좀
풀어지겠지요. 그리고 기타도 적당히 치겠지요...

요전에 항상 기타로 치던 이태원-솔개 노래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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