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으로 이사온 지 몇 년이 흘렀네요.
집 앞에 텃밭이 조금 있어 이것 저것 심습니다. 땅콩, 감자, 토마토, 가지 등 여러 가지를 부모님께 여쭤 가며 심어 보기도 하고 직접 심어 주시기도 했지요.
처음엔 토마토 가지순을 잘 못 잘라 토마토가 열리지 않거나 가뭄에 깻잎, 옥수수가 말라 죽기도 하고 미쳐 잡초를 뽑아 주지 못해 며칠을 잡초와 씨름하기도 하면서 하나씩 터득해 나갔습니다. 이제 좀 방법을 알 것 같아 올 해는 부모님의 도움을 덜 받고 이것 저것 키우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이제 한 해, 한 해가 다른 모습이셔서 제가 수고를 덜어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제가 조금 게으름을 피우면 분명 힘드신데도 삽질이며 다 해 놓으시거든요. 올 해는 처음으로 저희 힘으로 이것 저것 시작했는데 다행히 맘에 들어 하시고 잘 해 놨다고 칭찬도 하시더군요.
그러나 아직도 퇴근하고 돌아와 보면 정말 바람처럼 다녀 가신 것을 느끼지요. 텃밭에 지지대를 꽂아 놓으시고 마치 표적처럼 빨간 목장갑을 거꾸로 끼워 놓고 가신다거나 삽살개 '장수'의 물그릇에 깨끗한 물과 사료가 넘치도록 한가득 담겨져 있기도 하답니다.
어제는 토마토에 가지런히 줄을 매어 놓고 가셨더군요. 오실 때 말씀해 주시면 간식이라도 챙겨 놓는다 말씀드려도 출근하는 딸 걱정하시며 조용히 다녀 가십니다. 감사 전화를 하면서 " 아빠께서는 우렁각시같은 아빠시네요^^" 했더니 웃으십니다.
이제 곧 토마토며 가지며 열매가 싱싱하게 열릴테지요. 우렁각시같은 아빠를 생각하며 맛나게 먹겠지요. 아빠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윤도현 '사랑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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