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도 나라도 있고 문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밝혀 줄 국가는 없고
그들 나라의 문자는 있지만
읽을 책도, 보낼 편지도, 사연을 보내고 들을
방송국도 없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혜택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길을 가자면
신분증이 필요한데
그들은 신분증도 없고
단지 이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먹을 소금과 야크버터, 밀과 옥수수를
교환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걷는 것이다.
물론 화폐도 있지만
필요성도 없다.
그냥 주고받고 말이나 야크에
짐을 싣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가난하면 불편하고
가난하면 비관적일 텐데
오히려 그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쉬고 가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같으면 외진 곳에서
동물 보다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무섭게 여기는데
그곳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언어가 안통해도
활짝 웃는 미소가 언어이며
녹이 슬어 빨개진 법랑그릇에 따라주는
수유 차 또 한 나눔과 만남의 상징이다.
비싼 돈 들여가며 본 것은
아름답고 광대한 자연과
가난하고 힘들고 초라한 현지부족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 자신이
한국에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에
크게 감사한 생각이 든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갈치지도 못해도
그들에게는 평화가 넘쳐흐른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하지만
모르면 행복하고
없으면 더 행복하다.
나눌 수 있는데, 넘쳐 나도
뭐 하나라도 더 챙기려던 나의 삶을
이젠 바꾸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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