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찾기
김은경
2019.06.11
조회 71
남편이 낚시를 좋아하는데요.
특히 돈 안 내고 낚시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두 시간 정도 차를 몰고 삼길포에 낚시를 갔었습니다.
삼길포는 철따라 삼치가 잡히기도 하고, 가끔 광어, 숭어도 잡히고요.
망둥어도 종종 잡혀요.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라 자리싸움도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그날도 좋은 자리는 다 뺏겨서 남편은 사람들이 없는 외진 곳으로 밀려 낚싯대를 드리웠어요.
사람들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몇 시간을 입질 한 번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라면도 끓여 먹고, 커피도 마시고 버텼지만 물고기들은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
결국 남편이 낚시대는 세워 놓고 주변에 다른 좋은 자리 있나 찾아 보자고 해서 그 주위를 한 바퀴 돌았어요.
이미 흥이 떨어진 터라 남편은 한바퀴 돌더니 그냥 가자고 하더라고요.
의자며, 버너, 탁자, 맥주, 과자 봉지, 주변 쓰레기까지 다 치우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다 왔을 때쯤 남편이
"아이구!"
하고 비명을 지르는 거에요.
그만 낚싯대를 놓고 온 겁니다.
은근히 짜증이 나서 제가
"얼마짜린데?"
했더니
"오만원이나 한다구!"
그러는 거에요.
저는 속으로 오만원짜리면 별로 비싼 것도 아니구만 왠 호들갑?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기어이 그 낚싯대를 찾겠다고 머리를 굴리더니
"맞다. 거기 슈퍼마켓 사장님한테 좀 찾아달래야겠다."
그러는 거에요.
저는 그냥 포기하라고, 그 사장님이 그걸 찾아 주겠냐고,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그 분이 가겠냐고, 괜히 민폐끼치지 말라고 계속 말렸어요.
그래도 남편은 검색을 해서 끝까지 슈퍼 사장님께 전화를 걸더라고요.
저는 단칼에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통화가 길어졌습니다.
"네..네...슈퍼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네. 네. 거기 수풀 옆에.. 네. 네."
하면서 남편이 한참을 설명을 하는 걸로 봐서 사장님께서 찾아주시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남편이 전화를 끊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남편도 정말로 기대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두 달 쯤 지나서 다시 삼길포를 간 길에 혹시나 해서 슈퍼에 들어갔는데요.
정말로 사장님께서 그 낚싯대를 간수하고 계셨던 거에요.
세상에. 저희가 단골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였고, 귀찮은 부탁이었는데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낚싯대를 찾아 보관하고 계신 그분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분도 있더라고요.
삼길포 대산항 슈퍼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삼길포 가면 꼭 들를게요.
마음 좋은 사장님께서 이 방송을 들으시면 좋겠네요.
창고,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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