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아이.
김은경
2019.07.02
조회 101
고 3 담임입니다.
우리 반에는 선생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남학생이 있어요.
자기만의 세계가 강한 아이입니다.
그래도 학교 잘 다니고, 급식도 꿋꿋하게 혼자 먹는 기특한 아이입니다.
아이는 매일 교무실에 찾아 와요.
용건이 없을 때는 교무실 밖에서 계속 왔다갔다 합니다.
들어오시는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선생님, 나가 보세요."
해서 나가보면 아이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선생님, 왜 나오셨어요? 저는 계신 줄 몰랐는데요."
하면서 괜히 안해도 될 소리를 해요.
지금은 기말고사 기간인데요.
시험 마치자마자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 간다, 독서실에 간다 하면서 후다닥 가버리는데 이 아이는 여전히 교무실 앞을 배회합니다.
"선생님한테 할 말 있니?"
하고 물으면
"저 시험 망쳤어요. 총이라도 갖고 와야 하나요?"
이렇게 엉뚱한 소리를 해요.
"내일은 잘 보면 되지. 집에 가서 얼른 공부해."
"소용 없단 말이에요. 이미 망쳤다니까요."
그러면서 계속 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어쩌면 아이는 성적보다는 선생님의 관심과 위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괜찮아. 다른 애들도 다 망쳤다고 그러더라."
하면서 아이가 돌아갈 때까지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시험 잘 보고 싶은 아이.
다른 말로
사랑받고 싶은 아이가 저만치 갑니다.

김종찬 '사랑이 저만치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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