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기타>재활용된 내 인생
허순영
2019.07.20
조회 130
안녕하세요? 저는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배송일을 하는 배송기사입니다.
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지요. 쉽게 말씀드리면 58 개띠입니다. 왜 한 때 베이비부머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사실 그말에 관심이 없다가 어느순간 바로 나를 대표하는 말이로구나 하는 것을 크게 공감하게 되었지요.
잘나가던 개인사업은 점점 적자의 늪으로 빠져서 대출이 점점 커지고 죽어라고 15시간 이상을 노력을 해도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요. 한 때는 못된 생각도 하다가 가까쓰로 전재산을 정리하여 다시 원점으로 왔지요. 맨주먹 인생말입니다.
그래도 내가 누굽니까? 58개띠 불굴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을 만날까 두려움도 있고 챙피함도 있어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지만 가만 생각하니 이나이에 이렇게 땀흘려 일하는 것이 무엇이 부끄러우랴 하는 배짱이 생겨서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지요.내가 땀흘린 만큼 그 댓가는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배송을 하면서 아파트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 장에 보물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 청춘을 불태웠던 통키타가 버려져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잽싸게 본능적으로 정말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주워서 운전석에 실었지요. 그리고 우리가 젊었을 때 산과 바다에서 기타하나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 놀았던가를 기억하면서 나도 이제 인생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기타를 쳐야겠다는 결심아닌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날 기타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니 아내와 딸은 난리가 났습니다.
왠 기타냐? 남이 버린 물건을 왜 가지고 들어오냐? 쓸만하면 버렸겠냐?... 등등...
비난을 받으면서 기타를 가만히 구석구석 살펴보니 아뿔싸 뒤에 울림통이 깨져 있었더군요.
식구들은 거보라는 듯 목소리가 더 커지고 당장 버리고 그렇게 치고 싶으면 새것을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지요. 제가 음악성이 없다는 것과 실력없이 악기만 마련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과 그리고 무엇보다 버려진 기타가 왠지 나를 닮아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리고 오기도 있었고요. 저는 순간 접착제로 부숴진 울림통을 붙이고 그 위에 전기 테이프 검은색을 붙였지요.
그럴싸하더군요. 다행히 요즘에는 튜닝하는 앱이 많아서 앱으로 튜닝을 하니 소리가 좋은 것 같았습니다. 기뻤지요. 행복했지요.
그런데 막상 기타를 치려니 칠줄 알아야지요. 배송하며 켜놓고 라디오에서 박승화씨는 정말 잘 치고 노래도 잘 하고 부럽기 그지 없었는데
동네 한 쪽에 소리사랑이라는 섹소폰과 드럼음악연습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기타는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턱대고 들어가서 상담하니 몇만원으로 마치 독서실 책상을 사용하듯 자기가 필요한 시간에 와서 자유롭게 연습하면
된다기에 그날 등록을 했지요. 물론 식구들 모르게요. 그러면서 칼을 가는 심정으로 일년 뒤 내가 식구들 앞에서 적어도 3곡 정도는 연주를 하여 박수를 받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90분 정도 연습하고 간다고요. 와 손가락이 너무 아프지만 부숴진 기타가 , 버려진 기타가 내 인생을 이렇게 즐겁고 이렇게 의미있게 할줄이야 몰랐습니다.
어느덧 시작한지 3달이 되었습니다. 손가락이 굳은 살이 박히고 손이 저려도 몰래 연습을 합니다. 이 버려진 재활용장의 기타가 꺼져가는 내 인생을 되살리는 재활용의 인생으로 될 때까지
그래서 식구를 비롯한 아는 사람들에게 단 한마디 "대단해요!"라는 칭찬을 받는 그 날까지....아니 칭찬이 없더라도 버려진 기타와 노년을 향한 내 인생을 위해서라도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합니다.
신청곡 있어요. 박승화씨가 직접 기타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칠갑산"듣고 싶어요. 이곡을 꼭 연주하고 싶어서 매일 연마중에 있답니다.
아참! 정년퇴직이나 일거리를구하시는 우리 또래들이시여! 마트배송이 정말 괜찮아요. 생각보다 돈도 되구요.
일부러 운동을 할 필요도 없어요. 일자체가 종합운동이고 게다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고도의 집중도 필요하여 치매예방도 되는데다 보너스로 인심 좋은 집주인 만나면 각종의 음료수까지 마실 수 있으니 이 나이에 이만한 직업은 없어요. 우리 개띠잖아요.
(통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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