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구상서
2019.07.24
조회 116
안녕하세요 승화형님!!
저는 27살 구진회입니다
아버지 아이디에 들어와 아버지에 대한 사연 올려 볼까합니다

제가 어릴적부터 지끔까지 택시 운전을 하시는
아버지는 택시 운전 말고는 아무것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야간에만 일하시는 아버지는 새벽에 들어와 주무시고 저녁에 나가시고..
어쩌다 쉬시는 날에는 저와 놀아주는것을 빼먹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친구분을 만나는 일도, 밖에서 약주를 하시고 들어오신 적도 없었습니다
여행 한번 가신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아버지깨서 제가 초등학교 시절 통기타 한대를 사가지고 들어오셨습니다
그것이 아버지께서 당신을 위해서 투자한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일하시는 시간 빼고는 열심히 기타를 치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머니와 심하게 다투셨습니다
굶어죽게 생겼는데 기타만 치면 돈이 나오냐며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기타치시는것을 반대하셨고 그일로 심하게 다투셨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기타를 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철이 들어가는 중딩과 고딩 시절...
저는 아버지의 삶이 답답해 보였습니다
왜 그렇게 사시느냐 아버지에게 따진적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철이 덜 들었던 모양입니다

10여차례가 넘는 이사를 하면서도 아버지는 기타만은 절대로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보물 다루듯....

아버지의 그런 삶을 제가 대학 들어가면서 조금씩 이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왜 그렇게 사셨는지 알수가 있을것 같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가장의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시는 아버지는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던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는 한푼도 투자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던 아버지께서 지난 달
먼지 가득 고인 기타를 손질 하셨습니다
기타줄을 갈고 몸통을 왁스로 닦아내시고...

아버지께서 주민자치센타에서 운영하는 통기타 동아리에 나가시게 된겁니다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지셨습니다
기타를 치고 오시는 날에는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습니다
배운걸 제게 들려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리가 엉망입니다

왁스로 닦아낸 몸통은 반짝대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울리지 않았던 울림통은
너무도 둔탁했습니다

"아버지 기타 하나 새로 사세요.."
하지만 아버지는 "이것도 훌륭한데 뭐하러 쓸데 없이 돈을 써..."

승화형님!!!!
아버지 인생을 가족에게 헌납하고 당신의 인생을 오로지 가족 만을 위해서
몸바쳐온 아버지깨 통기타를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당돌한 부탁이지만 꼭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8월 17일이 아버지의 57세 생신입니다
아버지 생신 선물로 꼭 통기타를 선물해드릴수 있게해주세요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시절 산울림과 송골매 배철수님과 미치듯 좋아하셨답니다
그분들의 노래를 신청하고 나가겟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택시 운전을 하시며 늘 CBS 음악 FM을 듣고 계십니다
지금도 듣고 계시겠지요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 인생을 사세요"

탈춤 활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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