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김순례
2010.03.27
조회 31
지난 토요일,
앞으로 당분간은 나와 놀아 줄 시간이 없다는 남편을 졸라
강화도 '전등사'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열 세명의 가수들이 제 각각 자신의 개성을 뽑내며 불러대는
'봄날은 간다' CD를 인사동 후미진 주막에서
내 친구 숙이와 막걸리 한 사발 먹고 얼큰한 취기에 들었었는데
버얼건 대낮에 남편과 자동차 안에서 들으며 말없는 침묵속에 빠져든다.

때로는뽕쟉으로 심금을 울리고,
때로는 포크송으로 상큼함을 전해주고,
때로는 간드러진 가성이 가슴을 후벼고.
때로는 와인이 생각나는 째즈의 음률로 파고든다.
한국의 예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 래나? 뭐래나?

물안개 자욱한 강변도로를 지나 강화도에 이른다.
유난히 검푸른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것 같은데,
끝내 비는 오지 않고 요동을 친다.

10여년 전 다녀오고
오랫만에 온 전등사는 모든게 많이 변하여 버렸다.
인위적인 사람들의 '가꿈'이
편한만큼 정감은 훨씬 덜 했다.

소나무가 유난히 많은 대웅전 뒷뜰에 산책코스로 접어드니
물 안개가 극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우두커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 생에 이런 장관은 다시 보지 못하리라.
보여주기가 아까운지 잠시후 살며시 그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가볍게 산책을 끝내고
마호병에 준비한 coffee를 뜨겁게 한 잔씩 마시며
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겨울 땅 속에서 숨어 있었던 생명체들이
대지위에 조금씩 고개를 치켜든 새싹들을 바라본다.
쑥, 냉이, 씀바귀, 민들레, 이름모를 잡초들...


"그래 얘들아 그 춥고 어두웠던 시간들을 잘도 견디어 내었구나."
"예쁘게 잘 자라거라. 그 푸르름으로 또 다른 생명력을 내어주고 기쁨을 주렴."조그맣게 속삭였다.
우리의 추었던 겨울도 그렇게 흘러갔으리라.
이제 봄날이 오고있다.


아니, 벌써 저만치 가고있다.
내 50세의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다.



3월을 보내면서...
신청곡 : 김범수 - 하루
김범수 -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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